[뉴진스&조규성]
2023년에 나는 황당하게도, 계속 열씸히 살아가야 하는 삶이 지긋지긋했다. 열심히가 아닌 정말 열씸이었다. 번아웃인가 싶기도 해서 긍정적인 자극을 받고자, 나보다 더 열심히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를 모았었다.
주로 최애 프로그램인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연예인 또는 스포츠 선수의 이야기들을 모았다. 이전에 함께 일했던 팀장님이 나에 대해 "유퀴즈를 통해 세상을 배우는 사람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 말이 좋아서 내내 기억하고 있다가 번아웃 돌파에 써먹고자 했다.
그리고 블로그에 저장된 채로 멈춰있던 이 글을 올해 연말이 되어서야 마무리한다. 다시 쓰면서 마음이 쓰였다. 과거 내 열씸에 위로와 영감이 되었던 사람들이 뉴진스와 조규성 선수이기 때문이다. 현재 그들을 둘러싼 여러 논란이 있다. 하지만 누군가의 눈에 탐탁지 않을지라도, 그들이 노력 끝에 현재의 자리에 있다는 건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1년가량 묵혀 두었던 이 글에서 그들을 지우지 않고 마무리하고자 한다.
"즐기려면 프로페셔널한 노력이 필요하다."
_뉴진스&민희진 대표
시작은 뉴진스(껄껄). 연습생 시절 뉴진스는 "즐겨라"라고 말하는 민희진 대표의 조언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무대를 즐길 수 있을까?" 해결되지 않았던 그 고민은 어텐션 뮤직비디오를 찍으면서 깨닫게 됐다. 단체로 춤을 추는 장면에서, 그동안 준비한 것들을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에 정말 즐기면서 춤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민희진 대표는 "즐기기 위해서는 프로페셔널한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당시 이 말이 참 인상 깊었다. 민희진 대표가 말한 '즐겨라'에는, '기회 앞에서 너의 노력을 보여줘라'란 의미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진심을 다한 노력이 없다면 즐기면서 할 수 없다. 마음의 여유가 부족한 탓이다. 물론 '즐기는 척'은 할 수 있겠지만, 진짜와는 다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뉴진스가 <어텐션>이란 곡을 2년 동안 연습했다고 들었는데, 그만큼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는 곡이기에 '즐겨라'라는 말을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날 방송을 보고, 내 불만은 불안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즐기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할 만큼 노력하지 않았기에, 나는 불안을 불만으로 승화시킨 건 아니었을까? 그래서 앞으로는 열씸히 해야 하는 상황에 불만보다는 노력을 좀 더 해보기로 했다.
"꾸준히 성실하게 노력한 게 결국 선물로 돌아왔어요."
_축구선수 조규성
2022년에 열린 <카타르 월드컵>의 스타는 단연코 조규성이었다. 우루과이전 전광판에 잠깐의 등장만으로, 잘생긴 얼굴로 화제가 되었다. 이후 가나전에서는 두 골을 넣으며 월드컵 스타로 등극했다.
이전까지 조규성의 선수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마르고 왜소한 체격 뛰어나지 않은 축구 실력으로 대학시절까지 벤치 멤버로 자리를 지켰고, 스카우트가 없어서 겨우 선수 생활을 이어 갔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열씸히 노력했다. 남들보다 한 시간 일찍 나오고, 한 시간 늦게 들어갔다. 지금의 피지컬을 만들기 위해 밥을 산처럼 쌓아 먹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민감한 사춘기에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성실히 노력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성실함은 자신 있다."라는 마음가짐으로 노력하는 그를 점차 알아봐 주는 이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성실한 악바리'란 별명과 함께 코치들이 그에게 기회를 주기 시작한 것이다.
조규성의 성실함의 가장 큰 성과는 포지션 변경이었다. 오랜 시간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동한 그에게, 당시 광주대 감독은 공격수로 포지션 변경을 제안했다. 이후 그는 탄탄대로를 걷게 됐다.
나도 유일하게 가진 장점이 성실함 하나다. 가진 재주도 별로 없고, 무언가 배우고 적응하는 속도가 느리며, 악바리 근성이 없다(플러스로 숫기도 없다.) 다 개선이 안되는데 그나마 꾸준히 할 수 있는 게 '성실함'이었다. 성실함과 같은 말은 '열씸'일 것이다. 열씸히 해도 특출난 재능이 없다는 점이 계속 나를 힘들게 했던 것 같다. 눈에 확 띄는 인생의 성과 없이 계속 열씸히만 살아가는 것에 회의감이 들었던 것도 같다.
하지만 조규성의 말처럼 원하는 바가 있다면 '열씸히 하는 것 밖에 없다' 그러면 안 될 일도 되게 만들 수 있으며, 아무도 모르는 것 같은 내 노력을 알아봐 주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조규성이 2022년에 만난 인생의 선물 같은 순간은, 그냥 오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된 인터뷰였다.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내가 '열씸히 사는 삶'에 회의감이 들었던 건, 스스로에 대한 불안감과 낮은 자존감의 영향이었던 걸 알게 됐다.
어떤 일을 맡을 때 내가 못하는 부분만 발견하는 편협한 마음,
이렇게 해봤자 알아줄 사람이 없을 거란 옹졸한 마음,
제대로 해내지 못해서 평판이 낮아질까 두려운 마음,
눈에 띄는 성과를 하루빨리 얻고 싶어 하는 조급한 마음,
괜히 혼자서 생각하며 타인의 눈치를 보았던 마음,
등등 남들보다 내가 더 스스로를 압박하고 옥죄어 온 탓에, 쉽게 지치고 열씸히 하고 싶지 않았다. 서른여덟의 끝자락에 와서야, 그럼에도 열씸히 살고 있는 내가 조금 대견하게 느껴진다.
인생은 계속 열씸히 살아갈 이유가 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서 말이다. 열씸히 사는 삶에는 불안과 불만을 줄이고, 기다리던 기회나 예상치 못한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조규성과 뉴진스의 이야기 말고도 책과 영상 콘텐츠를 통해 접하게 된 수많은 이야기가 이렇게 말해 주었다.
그러니 열씸히의 방향성이나 만족도를 나를 위한 것으로 바꾸면 조금 편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남은 연말도 다가오는 2025년도 계속 열씸히 살아갈 나 자신 화이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