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때엔 몰랐죠. 관계가 이렇게 어려울 줄은

by 욱노트

영원할 줄 알았던, 20대부터 맺어온 나의 인간관계들이 30대가 넘어서며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자연스레 소홀해진 관계부터 내가 의도적으로 거리를 둔 관계, 서로의 가치관이 변하며 서서히 옅어진 관계 등 그 유형은 다양했다.


넓고 얕은 관계보다는 좁고 깊은 관계를 추구하는데 이러는 이유는 하나다. 관계에 대한 나의 '에너지 소모' 다. 배려하고 상대에게 맞춰주는 것에서 좀 더 편안함을 느끼는 성향 탓에 사람 한 명에 들이는 내 에너지 소모가 상당하다. 그리고 모든 관계에 있어 나는 항상 진심이고 최선을 다하기에 (그만큼 상처도 많고) 새로운 사람을 내 바운더리 안에 들이는게 여간 쉽지 않다. 가끔은 나도 외향적인 사람들처럼 여러 부류의 사람들과 얽히고 서로의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얕은 관계도 만들어가면 어떨까 싶은데 말은 쉽지..


근데 하나 생각이 든 건. 왜 모든 관계에 동일한 내 에너지를 쓰냔 말이다. 내 에너지를 10이라 치면 어떤 사람에겐 4만 써도 되는 거고, 어떤 관계에서는 1만 써도 되는 것 아닌가? 어쨌거나 그 사람을 통해서 얻는 유익 (현실적인 도움, 그 순간의 재미, 행복, 깨달음 등) 이 있다면 관계를 잘 활용하는 것도 내 성장과 충만함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같이 있는 시간이 그 자체로 행복하고 나에게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는 관계에서는 내 모든 에너지를 쏟고, 그냥 단순히 재미만을 위한 관계라면 내 에너지의 반을, 그냥 서로의 이익을 위해 피상적으로 맺어진 관계라면 내 에너지의 1만 쓰면 되지 않을까? 관계를 수치화한다는 것 자체가 다소 계산적이긴 하지만 내가 최선을 다했는데도 상대가 관계에 진심이 아니라면 굳이 끊어내기보단 그에 상응하는 에너지를 취하는 것도 좀 더 건강한 방식의 관계 맺음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확고히 해야 할 것은 나에게 불안함과 모멸감, 수치심, 고통을 주는 관계는 단번에 끊어낼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 사람을 끊어내야지.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시간이 지나면 나도 변하고 상대도 변하고 결국 관계도 변한다. 기본적으로 이 점을 받아들이고 달라진 관계를 이해하고 수용하고 지켜내느냐, 혹은 과감히 끊어내느냐의 판단과 결정은 오롯이 나에게 달려있다.


"우리 사이가 이것밖에 안 됐어?"
"응, 이것밖에 되지 않아서 여기까지인 것 같아. 고마웠어 잘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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