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는 읽고 싶은데 감정쓰레기통은 되기 싫어

잘 쓴 에세이 세 권 추천

by 우딤




어떤 에세이들은 독자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만든다. 처음부터 그럴 의도를 갖고 글을 쓰는 작가는 없겠지만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 '쩜'님이 언젠가 에세이에 관한 영상에서 이런 말을 했다. 다른 사람 인생에 크게 관심이 없어서 에세이를 안 좋아했다고. 나도 그 말에 완전히 동의한다. 어쩌면 싸가지 없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다른 사람의 인생 얘기를 듣는 건 꽤 힘든 일이다. 내 머리는 이미 내 문제로 가득하기 때문에 타인의 문제를 끌고 들어올 공간이 없다(이 정도로 표현하는 게 가장 적절한 듯).



담백하되 싱거우면 안 되고, 신선하되 너무 가벼우면 안 되고, 상처와 결핍을 드러내되 질척거리면 안 된다. 그래서 나는 좋은 소설을 쓰는 것보다 좋은 에세이를 쓰는 게 훨씬 어렵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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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나처럼 남의 인생 얘기를 읽는 게 버거운 누군가가 있다면 위의 책 세 권을 소개하고 싶다.






1. <생명의 차창에서> 호시노 겐


호시노 겐은 아주 유명한 일본 배우이자 가수이다. 2012년에 지주막하출혈을 진단받고 두 차례의 큰 수술을 받았다. '생명의 차창에서'는 당시 수술 과정과 그 이후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백하게 풀어간다. 그렇다고 지루한 투병일기 같은 건 절대 아니다. 워낙 유쾌하고 말을 잘 하기로 유명한 사람이라 글에서도 그 재치가 느껴진다. 음악에 대한 애정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감사가 책장마다 뚝뚝 묻어났고 무엇보다 다시 살게 된 인생에 대한 책임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호시노 겐의 다정하고 유쾌한 관찰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2. <쓸 만한 인간> 박정민


갓정민... 나는 박정민을 좋아한다. 끝! 은 농담이고 아니 근데 박정민 진짜 멋진 사람 같다. 화려하게 멋지기보다는 덤덤하면서도 은은하게 빛을 잃지 않는 사람 같다고나 할까. 책 얘기를 해야 되는데;; 아니 그러니까 박정민의 그런 덤덤한 매력이 이 책에 전부 들어있다고 보면 된다. 무명시절 이야기가 거의 주를 이루는데 내가 얼마나 무명이 길었고 그때 정말 힘들었고 이런 류의 하소연이 아니라 책장을 넘기는 내내 즐거웠다. 그의 찌질함과 치열함이 독자로서 부담스럽지 않았던 이유는 글 속에 스며있는 유머감각 때문이었다. 솔직히 박장대소할 건 없는데 사람을 비실비실 웃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그렇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다음 얘기가 더 듣고 싶어져 의자를 바짝 당겨앉는 나를 발견한다. 평범한 이야기도 재밌게 풀어낼 줄 아는 백수 친구와 밤새 편의점 앞에서 수다를 떠는 것 같은 책이었다. (그런데 나 정말 님들 청룡영화제 보고 뒤집어지기 전부터 박정민 좋아했...)






3. <여행의 이유> 김영하


이 책은 여행기가 아니다. 독자분들 여행 가시라고 부추기는 책도 아니고 여행이 그저 최고라고 노래를 부르는 책도 아니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특히 호캉스에 대한 편견이 많았다(솔직히 호캉스... 너무 돈 낭비 아닌가?라고만 생각했음).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단 하루라도 익숙한 곳을 떠나보는 것이 우리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다. 비싼 곳이 아니어도 되고 대단한 곳이 아니어도 된다. 집 벽지 곳곳에 스민 상처와 후회, 걱정을 뒤로하고 단 하루라도 다른 곳에서 밤하늘을 보는 것. 그럴 때 얻게 되는 새로운 에너지와 영감, 다시 일어서 볼 용기는 내 방 안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것들이다. 한 곳에만 고여있는 삶 보다 자주 떠났다가 자주 돌아오는 삶을 살아보고 싶어졌다. 떠난다는 건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 공간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떠남의 필요성에 대해 깨닫게 되었던 책이다.




워낙 누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걸 싫어해서 책도 잔소리하는 책은 안 읽는다. 물론 책 편식하는 게 자랑은 아니지만... 유튜버 쩜님이 그런 말을 했다.






책을 편식하면 왜 안 돼요? 책을 편식하면 왜 안 돼요? 책을 편식하면 왜 안 돼요? 책을 편식하면 왜 안 돼요? 책을 편식하면 왜 안 돼요? 책을 편식하면 왜 안 돼요? 책을 편식하면 왜 안 돼요? 책을 편식하면 왜 안 돼요? 책을 편식하면 왜 안 돼요? 책을 편식하면 왜 안 돼요? 책을 편식하면 왜 안 돼요? 책을 편식하면 왜 안 돼요? 책을 편식하면 왜 안 돼요? 책을 편식하면 왜 안 돼요? 책을 편식하면 왜 안 돼요?





아무튼, 잔소리도 듣기 싫고 감정 쓰레기통도 되기 싫은데 에세이는 좀 읽어 보고 싶은 까다로운 사람은(나) 저 세 권의 책을 한번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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