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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소 다니는 직장인들의 SNS 활용법

[베어 낸 나무로 재목을 만드는 제재소에서 일하는 이야기를 씁니다]

by 우드코디BJ

한 취업관련기업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인간관계 스트레스가 적은 곳'이 좋은 일터라는 응답이 상위권에 올랐다. 사람인이 취준생과 직장인 3365명을 대상으로 '직장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건'을 묻는 조사에서 40.1%가 상사·동료 등 인간관계 스트레스가 적은 직장을 꼽았다. 이직을 고민하게 만드는 원인을 상사·동료와의 갈등이라고 한 응답자도 29.7%에 달했다. 잡코리아가 남녀 직장인 342명을 대상으로 '번아웃 증후군 경험'을 조사했는데, 직장인의 69.0%가 번아웃 증후군을 겪었다고 답했으며, 그 가운데 41.9%가 직장 내 인간관계로 받는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번아웃은 '다 타버리다'는 뜻으로 일에 몰두하다가 스트레스가 쌓여 의욕을 상실하고 무기력증에 빠지는 상태를 말한다.


화면 캡처 2024-07-07 211503.png 기획실장 블로그 화면 캡처 이미지


202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임금 근로자들의 연간 근로 시간은 1904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보다 155시간이나 많다. 그런데 노동생산성은 시간당 49.4달러로 37개국 중 33위다. 2년 전 덴마크의 인류학자가 쓴 <가짜 노동>이 우리나라에서 10만 부 가까이 팔리며 돌풍을 일으켰다. 책에서 언급되는 '가짜 노동'은 결론 없는 회의, 쓸데없이 긴 보고서, 보고서 지적질 등의 일이다. 저자는 지난 1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노동시간이 굉장히 긴 한국이 '가짜 노동' 때문에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한국 사회는 무작정 회사에 오래 있어야 하는 강박이 크다며 '관리자와 직원 간의 불신'과 '경직된 위계질서'를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실제로 2018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30년 사이에 한국 사회의 상호 신뢰감 수준을 나타내는 대인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다는 통계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영업부 손팀장 블로그에서 캡처한 이미지


한때 국내 기업들 사이에 직급 단순화와 호칭 파괴 바람이 불었다. CJ그룹은 2000년부터 직급은 유지하되, 모든 직원을 '님'으로 불렀다. SK텔레콤은 2006년부터 직급을 없애고 '매니저' 직책으로 통일했다.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알파벳으로 된 직급 체계를 도입해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으로 이어지던 전형적인 직급 틀을 바꿨다. 직급이 줄면 보고 체계가 간소해져 빠른 의사 결정에 유리하다. 또한 직급을 수평하게 만들면 경직된 위계질서가 약해진다. 하지만 실패 사례로 적지 않다. KT, 한화, 포스코 등은 제도 정착에 실패해 기존 직급 체계로 돌아갔다. 호칭만 달라졌지 수직적 조직문화가 바뀌지 않았던 게 실패 요인으로 거론됐다. 전문가들은 사람 중심이 아닌 직무 중심으로 조직문화가 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개인 역량이 결정되면 수직적인 조직문화가 자리 잡을 틈이 없어진다는 논리다.


화면 캡처 2024-07-07 193442.png 관리부 김대리 블로그 화면 캡처 이미지


올해 53세인 우리 회사 공장장님은 2년 전 유튜브를 시작했다. 이메일 확인할 때나 잠깐 컴퓨터 켜는 그였기에 놀라움도 컸다. 틈틈이 공장 일상을 찍고 며칠을 끙끙대며 편집한 영상을 간간이 올렸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유튜브 영상에 자막이 생기고, 배경음악도 깔렸다. 얼마 뒤에는 영상 섬네일(영상 내용을 요약한 대표 이미지)도 추가돼서 뭔가 더 유튜버스러워졌다. 알고 보니 디자인팀 한 주임에게 만들 영상을 매번 보여주며 피드백을 받고 있었다. 회의 끝나고 자료를 파일별로 정리하던 한 주임을 마주쳤다.


화면 캡처 2024-07-07 210747.png 생산기술본부장 유튜브 채널 화면 캡처 이미지


"해야 할 업무도 많은데 공장장님 유튜브 영상까지 봐주느라 수고가 많네요."


"헤헷. 그래서 구독자 1000명 넘으면 고기 회식 쏘신대요. 그래도 공장장님 유튜브 영상 돌려보면서 알게 된 것도 많아요. 사무실에서 일하는 제가 언제 생산부 일을 배워보겠어요."


특유의 웃는 낯으로 대답을 마친 그는 자료 파일들을 모아 자리로 돌아갔다. 서로 다른 부서 50대 공장장과 20대 주임은 그렇게 서로 경험과 재능을 교류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2012년부터 두 개의 블로그와 다수의 온라인 카페를 운영하며 업무 교류에 활용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는 영업부 팀장도 관리부 대리도 회계 관련 몇몇 업무만 빼고 나머지는 블로그에 올려 공유한다. 지난주 금요일 한 주임은 본인 블로그를 개설하고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제목으로 첫 포스팅을 올렸다.


화면 캡처 2024-07-07 193701.png 디자인팀 한주임이 블로그에 올린 첫 포스팅 화면 캡처


요즘 일본에서는 기업들이 입사지원자의 인성 등을 파악하기 위해 SNS 계정 뒷조사를 전문업체에 의뢰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아예 면접을 볼 때 SNS를 살펴볼 수 있게 미리 동의를 구한다는 기업들도 늘었단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많은 기업들이 입사지원서에 지원자의 SNS 주소를 적게 한다. 과거 잡코리아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도 대부분의 인사담당자가 지원자의 SNS를 살펴본다고 밝혔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인터뷰에서 "자기소개서의 한정된 정보만으로는 지원자를 파악하기 어렵다"라고 "지원자가 오랫동안 쌓아온 시간이 담긴 SNS가 본성향 등을 파악하기 좋아 살펴본다"라고 밝혔다. 요즘 무섭게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보고 있자면 SNS에 아무리 글이나 사진, 영상이 많더라도 인공지능 면접관에게는 전혀 문제 될 게 없을 것 같긴 하다. 친애하는 SNS 동지 여러분! 다음 주도 다들 바쁘겠지만 힘내서 써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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