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의 기록이 주는 진솔함
‘3시의 나'는 표지부터 그림체 그리고 내용까지 한결같이 귀여운 책이었다. 에세이스트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아사오 하루밍이 1년 동안 오후 3시에 일어난 일들을 짤막한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이 책은 정말 귀엽다. 펜으로 동글동글하게 그린 일러스트들은 아기자기했고 소소하고 사소한 그녀의 일상을 읽으면서 나는 마치 어린 시절의 그림일기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은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친절함을 가진 책이다. 어려운 문장이나 자신의 삶을 부풀려 표현하는 어색한 포장술도 하나 없다. 누가 보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사소한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도 책은 저자의 말하기 방식에 따라서 독자에게 진입장벽을 안겨줄 수도 있다. 그러나 아사오 하루밍은 간략하고 꾸밈없는 표현을 통해 정말 평범한 누군가의 하루 일과를 듣는 것처럼 책을 읽는 독자를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소소한 일상의 에피소드를 주제로 한 일러스트 에세이들은 많지만 이렇게 편하게 그리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재미있고 귀여운 작품은 드물다.
11월 5일(월)
세타가야 공원 앞을 걷고 있는데 야마토 씨가 엉덩이를 잡고 화장실로 뛰어들어가는 게 보였다. 야마토 씨, 파이팅!
10월 21일(목)
돈에 관한 책에 사용할 일러스트를 굉장한 속도로 완성하고 있다. 놀라고, 쫓기고, 구멍에 빠졌다가 기어오르고, 펄쩍 뛰며 기뻐하고, 동물과 장난치는 장면까지 많이 그려보았다. 그 모든 자세를 내가 일단 취해본다는 사실을 독자 여러분은 알고 계실까?
이런 꾸밈없는 일상의 에피소드를 거리낌 없이 솔직 담백하게 써 내려간 것이 ‘3시의 나’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솔직함은 사람을 끌어들인다. 화려하고 아름답게 연출된 것들이 주는 강렬한 인상도 매력적이지만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다가와 친근하게 말을 건네는 솔직함이 풍기는 매력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때론 바보 같아 보이지만 자신의 생활을 고스란히 보여주면서 매일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는 아사오 하루밍에게서 큰 매력을 느낀 건 당연한 것이다.
“일기를 마무리한 후 그동안의 하루하루가 한 가닥 실처럼 이어진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미래는커녕 고작 하루 뒤인 내일조차 어떤 날이 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이 신비롭게 느껴집니다. 이 책은 지금의 나에게 타임머신이 될 수 있겠지요?”
무엇보다 1년이란 시간 동안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일러스트 에세이를 정해진 시간에 썼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책 속에 담긴 그녀의 소소한 일상과 귀여운 웃음 코드가 사소하지만 가볍지 않은 것은 매일매일의 꾸준한 창작에 깃든 성실함을 독자가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책의 곳곳에 숨어있는 웃음 포인트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며 느낄 수 있는 공감 포인트가 가득한 이 책을 나는 앞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해줄 생각이다. 여유가 없는 팍팍한 일상을 사는 사람들에게 ‘3시의 나’는 짧은 순간이지만 삶에 깃든 평범한 즐거움을 느끼게 만들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