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야간책방

나희덕-저 불빛들을 기억해

소소한 일상에서 깨달은 소중한 감상

by 김태민
삶은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발견해나가는 것

읽을 만한 좋은 책을 추천해달라는 말을 자주 듣는 편인데 그때마다 나는 나희덕 시인이 쓴 이 책을 자주 권했다. 에세이는 대부분 일상적인 소재를 토대로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중에서도 특히 따뜻한 삶의 메시지를 담담하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말하는 저 불빛들을 기억해 는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좋은 책이다.

한 때 ‘힐링’이라는 단어가 들불처럼 번지며 유행했을 때 서점 신간 코너를 휩쓸었던 수많은 에세이들을 기억한다. 감성을 자극하는 유려한 문체와 예쁜 사진들로 구성한 힐링 에세이들은 예뻐서 선물하기 좋은 책인지는 몰라도 깊이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중고서점에 가면 책장 가득 쌓인 재고품들이 런치세트 햄버거보다 싼 가격으로 깨끗하게 놓여있는 것을 보곤 했다. 보급형이라고 불러야 할 이른바 힐링 에세이들이 감성만 내세우느라 깊이를 잃어버렸기에 제대로 된 에세이가 주는 감동과 깊이는 정말 각별하다. 특히 독자에게 내용을 전달하는 수단인 문체가 감성적이기보다 다소 건조한 느낌이 드는 것이 저 불빛들을 기억해의 인상적인 특징이었다.


작가의 추억과 에피소드를 토대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 감성적이고 부드러운 문체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분명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유려함은 반복되다 보면 쉽게 질리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보급형 에세이들의 가장 큰 문제가 너무 감성적이고 유려한 문체였던 것이다.

“자신의 생을 의미 있게 해 줄 무언가를 찾고 그것을 해야 한다. 동굴에 들어가는 건 잠깐이면 충분하다.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도전’이란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된다. 전보다 못해 보이는 것도 괜찮다. 멈췄다 다시 걷고 그러다 보면 먼 길을 가고 있는 것이 인생이다.”

덤덤하게 일상의 이야기들을 풀어나가고 그 속에서 작가가 느끼고 경험한 것들에 대한 감회를 풀어낸다. 낯간지러운 단어들은 찾아볼 수 없다. 현실 그대로의 옷을 입고 있는 단어들이 구성하는 문장은 그 자체로 공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나와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작가가 모두가 겪는 일들을 체험하면서 느낀 자신만의 감정을 평범한 언어로 전달해주는 것이다. 문학적인 해석력과 풍부한 공감 능력이 없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그래서 한 장 두 장 술술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가슴으로 들어온 감동을 마주하게 된다.

“무언가를 하다 보면 새로운 길이 조금씩 보이고 어느덧 경험과 지위가 주어진다. 꿈을 꿀 수 조차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역시도 결코 인생의 끝이 아니며, 스스로가 방구석에 처박히지 않는 한 도전은 다시 시작될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과 글은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밥 같은 글이 있고 패스트푸드 같은 글이 있다. 나희덕의 에세이는 백반 같은 글이다. 평범하고 익숙한 맛을 가지고 있지만 평생 먹어온 익숙함은 그 자체로 편안함과 안정감을 전해주기에 충분하다.


자극적인 문장들이 주는 피로감을 씻어내는 그녀의 글은 일종의 문학적 치유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엄마나 이모가 담담히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편안하게 그래서 가슴으로 듣게 되는 따뜻함이 문장 사이사이에 스며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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