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끼로 콰트로치즈와퍼 세트를 먹는 중이다. 한 입 먹자마자 일탈감과 만족감이 동시에 몰려왔다. 바로 이 맛이다. 최고의 길티프레저(guilty pleasure)는 패스트푸드다. 술도 거의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우는 내게 패스트푸드 만한 자극제는 없다. 5분 만에 입 속으로 1300칼로리가 빨려 들어갔다. 씹을 때마다 머릿속에서 도파민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즐거움은 짧다. 강렬한 배덕감은 늘 후회를 동반한다. 남은 두 끼는 무조건 가볍게 먹어야겠다.
종종 아침에 러닝을 하고 마무리 코스로 맥모닝을 먹었다. 생각해 보면 와퍼나 맥브렉퍼스트나 거기서 거기다. 오늘은 오랜만에 좀 더 큰 자극을 선택해 봤다. 매장 내부는 여전히 지저분했다. 가끔 찾는 곳인데 환기가 문제인지 곳곳에 기름냄새가 진하게 배어있다. 주유소 옆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은 대체로 위생이 아쉽다. 24시간 운영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일을 많이 하면 피로감이 쌓이는 것처럼 24시간 운영되는 점포도 마찬가지다.
편의점 특유의 냄새처럼 하루 종일 영업하는 패스트푸드점에서도 냄새가 난다. 누적된 생활감으로 여기고 넘어가자. 출근시간이 지난 패스트푸드점은 사람이 없다. 매장에 2층에 나 혼자 뿐이다. 글쓰기 참 좋은 환경이다.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맥도널드에서 에세이를 썼다. 오늘은 버거킹에서 글을 쓰는 중이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비산동이나 관양동이나 엇비슷하다. 아파트뷰나 발전소뷰나 별 차이는 없다. 주중 2,3일은 맥도널드에 가서 글을 쓰고 안양천을 산책하다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 쓴 에세이로 공모에 지원해서 최근에 합격했다. 문학 부문 선정 작가는 나 하나뿐이었다. 글쟁이는 정말 먹고살기 힘들다. 어쨌든 잘된 일이다. 사람은 아니지만 비산동 맥도널드에 작은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싶다. 패스트푸드점만 한 작업실은 없는 것 같다. 카페는 사람이 너무 많다. 메가나 컴포즈는 회전율이 빠른 것처럼 보이지만 어르신들이 주로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그래서 집 근처 메가커피는 늘 자리가 없다.
프랜차이즈는 여전히 카공족들이 제법 있는 편이다. 1분 거리에 스타벅스가 있지만 글 쓰러 간 적은 거의 없다. 자주 가는 동네카페는 아침 일찍 열지 않는다. 그래서 패스트푸드점을 자주 찾는다. 예전에 일본을 대표하는 아티스트인 나라 요시토모가 카페 내부에 작업실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생활소음을 백색소음 삼아 작업에 활용한 것 같다. 성공한 작가가 되면 패스트푸드점의 테이블 하나를 작업공간으로 쓰고 싶다.
지금이랑 별차이는 없겠지만 테이블 구석에 작게 이름 석 자를 새겨 넣어준다면 멋질 것 같다. 로망은 원래 소박한 법이다. 손님들이 하나 둘 올라오기 시작했다. 글도 완성했고 이제 집에 갈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