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의 미학 #감정 편 3

〈고요함이 속삭이는 말〉

by 박동욱

요즘은 조용한 게 좋다.

배경음악도, TV도 꺼진 방 안에

시계 초침 소리만 들릴 때

비로소 마음이 가라앉는다.

예전엔 침묵이 불편했다.

누군가와 함께 있지 않으면

마치 세상에 뒤처지는 것 같았고,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랬던 내가 이제는

고요한 시간을 자주 찾는다.

그리고 그 안에서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위로를 받는다.

**

고요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귀 기울이면 내 안의 소리를 들려준다.

“괜찮아, 지금 이대로도.”

“조금 느려도 괜찮아.”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돼.”

누가 나에게 그런 말을 해준 것도 아닌데

그 조용함 속에서 문득문득 그런 속삭임이 들린다.

그건 결국,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의 목소리다.

혼자인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목소리는 점점 또렷해진다.

**

사람들은 늘 말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라고.

그 말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란 걸

고요함 속에 앉아 있을 때야 알게 된다.

정신없이 달릴 때는 몰랐던

작은 상처들,

넘기고 지나쳤던 미련들,

애써 외면했던 마음들이

조용히 떠오른다.

그 순간은 좀 아프다.

하지만 그 아픔은

다시 나를 나답게 만드는 시작이 된다.

**

고요함은,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지금 괜찮아?”

“무엇을 위해 이렇게 바쁘게 살아왔지?”

“진짜 원하는 건 뭘까?”

그 질문에 바로 답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그 물음 앞에 잠시 멈춰 서는 것만으로도

삶의 방향이 조금 달라질 수 있다.

**

가끔은 친구들과의 웃음보다

혼자 듣는 빗소리가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누구의 위로보다

고요함이 건네는 말 한마디가

더 깊게 스며들 때가 있다.

그럴 땐 생각한다.

말이 많지 않아도 괜찮다고.

누구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내가 나를 알아주는 이 조용한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

고요함은 텅 빈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풍성한 순간이다.

그 안엔 질문도 있고, 대답도 있고,

조금씩 회복되어 가는 내가 있다.

그러니 오늘도 나는

고요한 시간을 일부러 만든다.

그 안에서 나를 만나고,

조용히 나에게 말을 건다.

“수고했어.”

“지금 이대로도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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