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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 Oct 20. 2024

『아버지의 해방일지』 ‘함께 읽기’

6일 차(p.159~p.181)

☆ 마음에 담고 싶은 문장들     

구례라는 곳은 어쩌면 저런 기이하고 오랜 인연들이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엮인 작은 감옥일지도 모른다. (p.163)      

☆ 발췌     

어머니는 누구보다 반갑게 아버지의 옛 처제를 맞았다. 허리 때문에 다른 사람과는 나누지 않았던 맞절도 했다. 두 여자는 한동안 손을 맞잡은 채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이 말없이 나누고 있는 마음이 어떤 것일지 나는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구례라는 곳은 어쩌면 저런 기이하고 오랜 인연들이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엮인 작은 감옥일지도 모른다. (p.163)     

 

형의 친구이고 동지였으며, 운명이 조금만 달랐다면 형과 친구의 처지가 뒤바뀔 수도 있었다. 어쩌면 이건 어디에나 있을 우리네 아픈 현대사의 비극적 한 장면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대단한 것도, 그렇다고 이상한 것도 아니다. 그저 현대사의 비극이 어떤 지점을 비틀어, 뒤엉킨 사람들의 인연이 총출동한 흔하디 흔한 자리일 뿐이다.(p.169)    

 

 그런데 죽은 아버지가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살아서의 모든 순간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자신의 부고를 듣고는 헤쳐 모여를 하듯 모여들어 거대하고도 뚜렷한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아빠. 그 뚜렷한 존재를 나도 모르게 소리 내어 불렀다. (p.181)      


☆ 단상(선택)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온 아버지의 지인들은 우리네 아픈 현대사의 비극을 보는 듯하다. 아리의 옛 기억 속에 이 인연들은 기이했다. 어머니가 반기는 아버지의 옛 처제, 아버지와 운명이 조금만 달랐다면 형과 친구의 처지가 뒤바뀔 수도 있었던 그의 가족, 순경을 그만두고 공산당이 될 뻔한 사람 목숨을 걸려 했던 이십 대의 그, 이 인연들은 아버지와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엮어서 아리는 작은 감옥처럼 느꼈다. 이 인연들은 아버지가 대단한 것도 그렇다고 이상한 것도 아닌 그저 현대사의 비극이 어떤 지점을 비틀어 뒤엉켜 만든 인연이었다. 아버지의 장례식장은 이 인연들이 총출동한 흔하디 흔한 자리였지만 이제 아리는 아버지와 기이한 인연들의 그 마음을 통해 아버지의 존재를 뚜렷이 느낀다. 두 여자가 한동안 손을 맞잡은 채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나누는 마음, 질게 뻔한 싸움을 하는 이십 대의 아버지의 마음, 목숨을 살려주었던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걸려 했던 이십 대의 그의 마음을. 기억은 과거다. 그 기억에 역사가 현재의 나를 존재하게 한다. 아린 그들의 기억 속에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그녀가 그 당시 이해하지 못했던 아버지의 모습들을 본다. 이제 아리는 아버지의 존재가 그립다.      


『아버지의 해방일지』 ‘함께 읽기’ 6일차 입니다. 

읽을 페이지는 p.159~p.181입니다. 

독자분들도 발췌해 놓은 ‘마음에 담고 싶은 문장들’을 필사해 보세요. 

필사한 구절로 ‘댓글달기’에 ‘한 줄 단상’을 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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