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일차(p.211~p.232)
☆ 인상 깊은 구절
죽음으로 비로소 아버지는 빨치산이 아니라 나의 아버지로, 친밀했던 어린 날의 아버지로 부활한 듯했다. 죽음은 그러니까, 끝은 아니구나, 나는 생각했다. 삶은 죽음을 통해 누군가의 기억 속에 부활하는 거라고. 그러니까 화해나 용서 또한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p.231)
☆ 발췌
아버지와 오래 마음을 주고받으며 지낸 사람들 사이에도 넘어설 수 없는 벽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축소판을 보는 기분이기도 했다. 다만 아버지의 지인들은 우리나라의 보수 진보와는 달리 언성을 높여 성토하는 대신 서로 아랑곳하지 않으며 자신들 방식대로 아버지를 추도하는 중이었다. (p.212)
역시 세상은 모르는 일투성이다. 제대로 살아본 적도 없는 작은 아버지가 죽을 준비를 저렇게 야무지게 하고 있는지 몰랐다.(p.216)
시집 안 간 딸자식에게 언니 말이 비수처럼 날아와 꽂혔다. 비수가 꽂힐 때 알았다. 내가 어쩔 수 없어 아버지 자식이라는 것을, 아버지가 가족을 등지고 사회주의에 몸담았을 때,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혈육을 뿌리치고 빨치산이 되었을 때, 이런 마음이겠구나. 첫걸음은 무거웠겠고, 산이 깊어질수록 걸음이 가벼웠겠구나. 아버지는 진짜 냉정한 합리주의자구나. 나는 처음으로 나와 같은 곁을 가진 아버지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p.217)
아닌디, 누룽지 안 줘도 아빠가 최곤디, 잠결에 중얼거렸고 아버지는 하하, 밤하늘이 시끌적하게 웃어젖혔다.
사무치게,라는 표현은 내게는 과하다. 감옥에 갇힌 아버지야말로 긴긴밤마다 그런 시간들이 사무치게 그리웠으리라. 그 당연한 사실을 나는,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야 겨우 깨닫는 못난 딸인 것이다.(p.230)
☆ 단상(선택)
아버지의 지인들은 “서로 아랑곳하지 않으며 자신들 방식대로 아버지를 추도하는 중이었”(p.212)다. 이 모습은 우리나라 현실을 대변하는 축소판 같지만 현재의 우리의 모습처럼 적당히 분주하고 평화로운 것 같다. 아리는 아버지의 장지를 야무지게 준비한 작은 아버지의 마음을 통해 “삶은 죽음을 통해 누군가의 기억 속에 부활하는 거라고. 그러니까 화해나 용서 또한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p.231)이라는 생각을 한다.
아리는 아버지와 같은 결을 지닌 자신의 모습에서 이제는 아버지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p.217) 다. 어느 밤하늘 아버지의 등에 업혀 잠결에 중얼거린 “아닌디, 누룽지 안 줘도 아빠가 최곤디” 아리의 말에 아버지는 “하하” 시끌적하게 웃어젖혔다. 아리는 이제 그 당연한 사실을, “아버지야말로 사무치게 그런 시간들을 그리워했으리라고.”(p.230) 아버지의 마음을 깨닫는다.
우리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일상에 묻혀 잊고 지낸다. 나도 그랬으면, 그 사람도 그랬다는 것을. 그리고 나의 아픔이 그의 아픔이 되리라는 것도. 화해도 용서도 당연한 사실을 깨달을 때 가능하다. 그 마음으로 걷는 첫걸음은 무거울지라도 계속 걷다 보면 그 마음이 깊어져서 걸음이 가볍게 느껴지는 오늘이 되길 바란다.
『아버지의 해방일지』 ‘함께 읽기’ 8 일차입니다.
읽을 페이지는 p.123~p.159입니다.
독자분들도 발췌해 놓은 ‘마음에 담고 싶은 문장들’을 필사해 보세요.
필사한 구절로 ‘댓글달기’에 ‘한 줄 단상’을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