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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 Mar 24. 2017

구글은 상상보다 크다

구글이 통신비를 내지 않는 이유

몇 해 전 국내 포털사들은 구글이 통신비도 내지 않은 채 국내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며 불공정을 토로했다. 구글이 검색과 동영상 서비스(Youtube)에서 나날이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신비 부담은 전혀 지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다. 이에 구글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아마도, 언뜻 보기에는 정말로 내지 않는 것 같았다. 포털들은 정부와 국회에 이 불공평을 시정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자기들은 수십수백억의 통신비용을 쓰는데 어뗳게 구글은 통신비 한 푼 내지 않고 서비스를 하게 내버려 두느냐고 말이다.


그 일 이후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구글은 통신비를 내고 있지 않다. 결론 부터 말하면, 구글이 통신사이기 때문이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냐며 생소할 수도 있겠지만, 맞다. 구글은 통신사다. 그것도 매우 거대한 통신사. 구글은 ‘일반적인 통신사(Telco)’로 구분되지는 않을 뿐이다. 가입자가 없기 때문이다. 통신사 규모 산정도 가입 고객수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가장 큰 통신사 순위에서 구글은 등장하지 않는다.[1] 하지만 통신사가 맞다. 망이 소화하는 데이터의 양으로 보면 구글은 지구 상에서 가장 큰 통신사이다. 트래픽 기준으로 나열한 ISP(Internet Service Provider) 순위에서는 2013년 이후 줄곳 1위를 달리고 있다. (2013년 전에는 CDN 사업자 LEVEL3가 1위를 지켜오다 현재는 2위로 내려감.) 가입자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규모와 용량 측면에서 구글은 세계 1위의 통신사다.


이미 2013년에 구글은 세계 최대의 ISP였다. 출저 IEEE Computer Society.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국내 통신사는 구글에게 비용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 이유를 자세히 나눠보자. 우선 구글은 자신들의 서버(IDC, Internet Data Center)를 자사의 네트워크 안에만 둔다. 국내 통신사의 어떤 회선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1차적으로 통신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 국내에 들어오는 모든 구글의 콘텐츠들은 가깝게는 일본, 홍콩 멀게는 미국에서 전송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는 트래픽의 소스가 될만한 것이 없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용 관계 성립이 아예 불가능하다. 또 다른 이유는, 그렇다고 통신사간 정산 관계에서도 국내 통신사들이 유리한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통신사 사이의 정산은 보다 큰 규모의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회사가 작은 망을 갖는 회사에게 비용을 받는 구조다. 구글과 정산을 위한 협상 테이블에 앉더라도 비용을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통신사가 구글에게 돈을 받기는 이래저래 어려운 상황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폰 판매를 위해 통신사와 공생 관계를 만들곤 하는데, 이 영향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과연 포털들은 통신비용을 불공평하게 내고 있는 상태가 맞는가? 구글과 통신사의 지불관계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불공평'이라 단정짓기는 어렵다. 구글과 국내 포털의 통신비 지출 구조가 다를 뿐이지 불공평한 상태는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포털들처럼 통신비를 직접 통신사와 CDN들에게 지불한다. 반면 구글은 구글의 자체 망과 IDC를 만들어 내는데 비용을 사용한다. 다르게 말하면 국내 포털들은 구글 대비 인프라 투자 비율을 낮게 가져간다는 의미가 된다. 이는 구글과 국내 포털들이 갖는 전략의 차이일 뿐이다. 통신비용의 부담을 인프라 투자로 감당하느냐 통신사와 CDN 사용비로 부담하느냐의 차이인 것이다.


그런데 비용적 측면에서 봤을 때 구글이 돈을 더 아끼는 상황은 아니다. 일례로 구글은 아시아지역 통신 품질 향상을 위해 미국과 일본 사이의 9000Km에 걸쳐 해저 케이블을 수심 8Km 아래 설치하였다. (수심 8Km의 수심은 엄지발톱 위에 코끼리가 올라가는 정도다.) 대역폭은 무려 80Tbps. 이를 위해 구글은 3억 달러 이상의 비용을 바다에 쏟아부었다. 기간도 2년이 걸렸다. 이 해저케이블은 2016년 7월에 가동을 시작하였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구글은 페이스북과 함께 2018년까지 홍콩 LA 사이에도 해저 케이블을 설치한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포털들이 지불하는 수십수백억의 통신비와 CDN 비용과 구글의 인프라 투자비용을 비교해 보자. 어느 쪽이 더 많다고 할 수 있을까?


구글 해저 케이블의 단면. 최대 수심 8Km에서 작동하며 신호 품질 유지를 위해 90~150Km 마다 증폭기를 설치 하였다.



막연히 구글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통신에 드는 비용을 단순히 ‘통신비’로만 치환하여 구글을 무임승차자로 비난하는 것에 대해서는 짚고 싶었다. 또 나아가 더 이상 구글이 검색회사나 플랫폼 회사가 아니라는 점도 이야기하고 싶었다. 흔히 우리가 IT 생태계의 네 가지 영역을 CPND로 지칭하곤 한다. Contents, Platform, Network, Device로 IT 시장을 나눈 것이다. 구글은 이 네 영역에서 무려 두 영역을 장악하고 있고 다른 두 영역에서의 영향력도 어마어마하다. 더 이상 구글을 검색회사로 보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들의 전체는 더 거대하고 막강하다. 자그마한 조각을 맞추다 보니 키를 훌쩍 넘어 쌓이는 퍼즐처럼 구글의 전체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1] 2016년 가입자 기준 세계 최대 통신사는 중국의 China Mobile, 2위와 3위는 미국의 Verizon과 AT&T가 차지했다. http://www.investopedia.com/articles/markets/030216/worlds-top-10-telecommunications-companies.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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