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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 뮤직 in 뉴욕

음악이 이끌어 준 여행

by Jaelee
fullsizeoutput_9ae.jpeg 트라이베카의 젠가를 연상시키는, 그리고 제이지가 살고 있을 것만 같던 건물

뉴욕(New York)을 여행 중이었을 때, 뉴욕에 관한 음악들을 들으며 걷고 싶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세상엔 뉴욕을 소재로 한 노래가 어마어마하게 많지만, 당시 내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던 뉴욕 관련 노래는 4곡이었다.


제일 먼저 플레이 한 노래는 제이지(Jay-Z)와 알리샤 키스(Alicia Keys)가 함께 한 'Empire state of mind'. 노래 시작부터 강하게 울리는 드럼 킥 소리는 내 심장을 강타하며 흥분시켰고, 콘크리트 정글(Concrete Jungle)이라고 비유하며 뉴욕을 여러 번 부르짖는, 알리샤 키스의 포효에 가까운 목소리는 내 눈에 들어온 맨해튼(Manhattan)의 빌딩 숲과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Tribeca(트라이베카)'에 살고 있다는 제이지의 랩 가사는 나를 그곳으로 향하게 만들었고, 그곳에서 가장 눈에 띄던 건물을 보며 '저런 건물 꼭대기쯤에 제이지가 사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럼 비욘세도 살겠네?'라는 생각까지.


IMG_5136.JPG 센트럴 파크의 평온한 오후

센트럴 파크(Central Park)를 거닐 땐 노라 존스(Norah Jones)의 'New York city'를 플레이하며 들떴던 마음을 가라앉혔고, 벤치에 앉아 광합성을 하며 듣기에 참 좋은 곡이란 생각을 했다. 지금은 잠자기 전에 듣는 노래 중 하나가 됐고, 들으면서 센트럴파크의 평화로운 풍경을 머릿속에 그려보기도 한다. 비록 가사 속의 뉴욕은 아름다운 병(beautiful disease)이란 말로 표현되지만…


fullsizeoutput_9af.jpeg 빌리조엘의 목소리와 함께하고픈 뉴욕의 야경

피아노 전주만 들어도 많은 사람들이 흥분하는 빌리 조엘(Billy Joel)의 'New York state of mind'은 뉴욕의 야경과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정작 뉴욕 여행 중엔 야경을 보며 감상 할 생각을 못했다. 그리고 가사처럼 그레이하운드(Greyhound)를 타고 허드슨 강변을 쭉 따라가는 여행 또한 당시엔 생각지 못했었다. 뉴욕을 다녀온 지 몇 개월이 지난 지금, 빌리 조엘의 목소리는 내게 ‘넌 이미 뉴욕에 다시 갈 이유를 두 가지씩이나 갖고 있어!’라고 말하는 듯하다.


IMG_4903.JPG 관광객들로 가득했던 타임스퀘어 광장

스스로를 고독한 이방인 취급하던 영국 가수 스팅(Sting)의 'Englishman in New York'은 현재의 뉴욕과는 거리가 먼 가사임이 분명했다. 현재의 뉴욕은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훨씬 많아 보였기 때문이다. 타임스퀘어(Times Square) 광장은 '이곳은 중국령인가?'싶을 정도로 많은 중국인들이 있었고, 한국말도 쉽게 들을 수 있는 곳이었다. 스팅이 노래하던, 영국인이라는 이유로 고독을 느끼던 뉴욕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노래 가사의 주인공처럼 아침에 꼭 차(Tea)와 한쪽 면만 구운 토스트를 고집할 영국인은 얼마나 남아있는지, 스팅이 지금의 뉴욕을 바라보며 후속 버전을 새로 만든다면 어떤 가사가 나올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뉴욕을 여행했던 한 친구는 '뭐 한 이틀 있어 보니까 그냥 계속 도시라 그저 그렇던데요.'라는 말을 했었다. 반면 나는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던 노래들 덕분에 그가 느끼지 못했을 부분들을 생각하며 여행할 수 있었고, 관광책자에 나오지 않은 코스도 다녀볼 수 있었다. 이 정도면 가이드 북뿐 아니라 ‘가이드 뮤직’도 꼭 챙겨야 하는 것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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