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카로 픽업트럭은 어떨까?

아빠가 보는 패밀리카 고르기

by 원숭이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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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카는 가족이 함께 타는 차다. 정확히 정해진 수치나 정의는 없지만, 대한민국 평균 가구 모습을 떠올리면 일반적으로 4인 내외의 가족 구성원이 이용하는 차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과거 국내 시장에서 "패밀리카=중형 세단"이라는 공식이 통칭되던 시절도 있었는데, 깨지지 않을 것만 같던 이런 공식은 2000년 후반부터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일명 SUV에 의해 무너지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엔 미니밴 시장까지 과거에 비해 크게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패밀리카로 픽업트럭은 어떨까?'


얼마 전 시승한 쉐보레 콜로라도를 바탕으로 픽업트럭의 패밀리카 사용에 관한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이러한 경험은 콜로라도 뿐 아니라, 픽업트럭 전반에 해당하는 이야기라 생각한다.


img.jpg 패밀리카로써 픽업트럭의 트렁크는 적재공간 이상의 역할을 한다.


하나, 생각보다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

특이한 구조 때문일까? 픽업트럭을 시승차로 받아왔을 때마다 아이들이 정말 많이 좋아했다. 사춘기 이전의 아이들이라면 확실히 그럴 것 같다.

아이들에게는 2열도 불편한 공간이 아니다. 물리적으로 보면 2열도 뒤로 젖혀지지 않는다 뿐이지, 공간만큼은 준중형 수준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역시 적재공간이다. 픽업트럭만의 독특한 매력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매력은 도심에서 발휘되는 것이 아니다. 교외로 나갔을 때 빛을 발한다. 교외 중에서도 남들이 쉽게 가지 못하는 그런 곳이라면, 더욱 그렇다.


차박이 유행하는 최근에는 단순한 적재함이 아니라, 차박을 위한 안전하고 편안한 거주 공간 확장의 역할 또한 충실해 해낸다. 차박이든 캠핑이든 픽업트럭은 그 목적을 120% 만족시킬만큼 근사했다.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니, 이 차를 꼭 사야할 것 같은 기분이 강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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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생각보다 수납공간이 부족하다.


픽업트럭에 수납공간이 부족하다니... 이사람이 무슨말을 하는거야?


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작년 시승 때만 해도 생각치 못한 부분이었다.

그렇다면, 작년 시승 때와 다른 점이 무엇이기에 갑자기 수납공간의 부족을 느꼈을까.

픽업트럭은 기본적으로 짐을 싣기 위한 차다. 때문에 짐을 싣는 트렁크 공간이 개방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짐을 개방된 공간에 보관하지 못한다.


img.jpg 콜로라도의 광활한 적재 공간. 많은 짐을 쉽게 실을 수 있어, 주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는다(?)


예컨대, 세차용품이나, 간단한 차량 정비용품,소모품처럼 고정적으로 차에 보관해야 하는 품목들이 그렇다. 뿐만 아니라, 카시트나 가족들의 가벼운 물품들도 마찬가지다. 패밀리카라면, 가족 각자 구성원의 다양한 소품들이 차에 보관되어진다.


장거리 여행에서는 어떨까. 짐을 싣기엔 편하지만, 휴게소를 들렀을 경우를 생각해 보자. 개방된 트렁크 공간에 짐을 두고 마음 편히 차를 떠날 수 있을까. 잠깐 자리를 비우더라도 행여 누가 트렁크에 손 대지 않을까 노심초사할 것이다.


이는 단지 보안 문제 뿐 아니다. 트렁크 등 짐을 싣고 이동 도중 소나기라도 만난다면 어떨까.

이런 면에서 개방된 트렁크는 수납공간으로 보자면 부족함이 느껴진다. 탑승 공간은 순전히 탑승자를 위한 거주공간 역할만 한다.


때문에 픽업트럭이 세컨카가 아닌 이상 패밀리카로써 물건 수납과 보관을 위해서는 "적재함 커버"가 필수라고 생각된다.


img.jpg 콜로라도 2열의 숨겨진 수납 공간. 픽업트럭으로써는 기발한 발상이지만, 패밀리카로는 부족하다.



셋, 생각보다 주차가 힘들다.

콜로라도의 경우 차 폭보다 차 길이로 주차에 불편함이 있었다. 길이가 길어서 슬픈 차량이다.


콜로라도 뿐 아니라, 국내에 출시한 픽업트럭들 대부분이 일반 차량보다 크고 넓고 길다.

정상적인 주차 라인임에도 일렬주차(평행주차)가 힘든 경우가 있다. 직각 주차도 주차시 차를 좀 더 길게 빼야하기 때문에 좁은 통로라면 제약이 느껴진다.


직각 주차를 하고 나면 다른 차량보다 앞으로 툭 튀어 나와 있기에 신경이 쓰이기도 한다. 가족과 함께 차를 자주 가는 장소들을 떠올려 보자.


주차는 픽업트럭을 타면서 겪는 가장 큰 불편이 아닐까 한다. 다시 말해, 자신의 활동 반경을 떠올려 보고, 주차만 문제가 없다면, 픽업트럭을 선택한다고 겪을 불편은 무시해도 좋다는 얘기다.



넷, 생각보다 운전자 개인 만족도가 크다.

집에 차가 1대다. 그런데 미니밴이다.


나의 머릿 속엔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가장"이 떠오른다. 미니밴은 뭐랄까, 운전을 하며 느낄 수 있는 재미나 감성은 완전히 거세된 채, 오직 '가족의,가족을 위한,가족에 의한' 차 같다.


'이동 거주공간'으로만 보자면 백점 만점에 백이십점이지만, 운전의 재미,주행 감성 등은 없다. 가족의 만족도는 높을지언정, 개인의 만족도는 글쎄다... '차는 그저 이동수단일 뿐이다.', '가족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인 사람들 외에는 높을 수 없다.


픽업트럭을 타고 도로 위에 올라섰을 때 '큰 차'의 자신감이랄까. 차도 높으니, 내려다 본다. 몸집도 있으니 안정감이나 자신감도 생긴다. 외형상 남성미도 물씬 풍긴다.

물론 이러한 남성적인 느낌은 느낌 이상으로, 실용성, 확장성, 험로주행성 등에서 일반 차량과 현격한 차이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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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라도의 경우 일반 SUV만큼 승차감도 좋았다. 픽업트럭이라 해서, 덜덜거리거나 거칠거나 둔탁한 몹쓸 승차감을 보이지 않는다. 부드러운 가솔린 엔진은 승차감에도 한 몫을 하지만, 굵은 부밍음은 미국 정통 픽업트럭만의 묘한 매력을 느끼게끔 해줬다.


유치하지만, "너 차 이거 돼?"하면, 픽업트럭만 되는 게 많다.


운전하는 재미도 충분하다. 앞서 언급한 가솔린 부밍음 외에도, 기능적으로 다른 차는 하지 못하는 기능들이 뿌듯함을 가져다 준다. 험로 주행 능력이나 트레일링 시스템 이 그렇다. 쓰임새도 많다.


남들로부터 인정(?)받는 뿌듯함도 있겠다. 누군가 말했다. 픽업트럭을 사면, 지인들로부터 사랑을 받는다고...(소규모 짐을 옮기거나, 이사할 때 많이 찾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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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와 좁은 골목을 제외하고는, 도심에서 큰 차체로 겪는 문제는 없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도심에 있을 때보다 교외에 있을 때 만족도가 매우 크게 높아지는 것은 분명하다.


다시 말해, 픽업트럭을 구매 리스트에 올리고 생각하고 있는 소비자라면 자신의 차에 사용 패턴을 떠올려 보자.


도심 주행보다는 주말에나 가족과 여행을 즐긴다면, 픽업트럭은 패밀리카로 매우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도심 주행이 많더라도, 사용 패턴상 주차가 나쁘지 않은 목적지들로 구성되어 있다면,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


2열이 눕혀지진 않아 불평이 나올 수 있을 지 몰라도, 주말에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

패밀리카로 픽업트럭은 그런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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