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경언이를 무심코 흘려보내려고 했지만 경언이는 나에게 다가와 한 줄기 물결이 됐다.”
서동 왕자와 선화 공주는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답니다. 1인 다역에 내레이션까지 맡은 단막극이 막을 내렸다. 경언이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바닥에 앉아 레고로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경언이는 역사보다 과학과 만들기에 흥미가 많은 아이였다. 그래서인지 경언이의 관심은 내 목소리보다는 항상 레고나 과학상자에 가 있었다. 이미 익숙한 뒷모습이었지만 마지막 수업이어서 그랬던 걸까, 살짝 아쉽기도 했다.
가방을 챙기고 현관으로 나왔다. 신발을 신고 마지막 인사를 하려 했는데 경언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상관없었다. 어차피 아르바이트로 만난 사이였고 나는 할 일을 다 했기 때문이다. 뒤돌아서 문을 열려는 찰나 방에서 나를 부르는 경언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경언이가 손을 뒤로 숨긴 채 현관으로 나왔다. 그리고 나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선생님, 그동안 책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건 오늘 수업 시간에 만든 거예요.”
핑크색 레고 부품으로 만든 내 이름 모형이었다. 글자 위쪽에 들고 가기 편하라고 손잡이까지 달려 있었다. 얼떨떨했다. 선물을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생각지도 못한 감정이 마음속에서 일렁거렸다.
그것은 고마움과 미안함이었다. 같이 보낸 지난 두 달간의 시간이 나름 의미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경언이에게도 유익한 시간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하마터면 잊고 지나갈 뻔했는데 경언이의 선물 그리고 그 속에 담겨 있는 경언이의 마음 덕분에 잊지 않을 수 있었다. 동시에 내 얼굴은 붉어졌다. 마지막 인사도 하지 않으려 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너무나 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 흘려보내서 그랬던 걸까. 만남과 이별의 수많은 반복이 그 사이에 함께 했던 시간의 소중함마저 갉아먹어버린 것이다.
경언이는 나를 빤히 쳐다봤다. 반응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나는 무릎을 구부려 경언이와 눈을 맞췄다. 그리고 경언이를 꼭 안았다.
“선생님도 고마워, 두 달간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어.”
경언이의 팔이 내 등을 감쌌다. 경언이의 따뜻한 마음이 온몸으로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