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살에 외친 나의 인생 목표
종종 사람들에게 듣는 질문이다.
네 인생의 최종 목표는 뭐냐고. 무엇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살고, 그렇게 열심히 도전하냐고.
한 4년 전부터 이런 질문을 자주 듣게 되었고, 그럴 때마다 나는 "글쎄, 그냥 하고싶어서. 그냥 재미있어서"라고만 대답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건 정말 사실이었다. 그냥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그것을 경험하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즐거움이었고 설레임이었다. 그런데 계속 이런 질문을 받다보니, 진짜 난 왜 이런걸 좋아하지? 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그에 대한 고민을 조금 더 하게 되었다.
그리고 고민 끝에 나온 해답은, 나는 인생을 '경험'에 투자하고 살고 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 그것이 곧 나의 지식이 되고 나의 재산이 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인생을 살면서 각자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가치에 투자한다. 명예에 투자하기도 하고, 부에 투자하기도 하고, 혹은 건강에 투자하기도 한다. 뭐가 좋고 뭐가 나쁘다고 정의할 수 없다. 개개인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모습 혹은 이상적인 삶은 다 다르기 때문에,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인생에 맞는 가치를 선택하고 그에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살아나가게 된다.
나는 철저한 경험주의자다.
사진이나 글을 통해, 혹은 누군가에게 말을 통해 간접경험을 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내가 직접 모든 것을 경험함으로써 진짜 내 것을 만드는 것이 가장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말은 와전될 수 있고, 사진은 왜곡될 수 있으며, 모든 오감을 표현해낼 수 없다. 가령 내가 사막마라톤에 참가했을 때 느꼈던 것들-사막의 바람냄새,흩날리는 모래알들이 내 피부에 스칠 때의 그 촉감, 수평선과 지평선이 보이는 사막 속을 혼자 걷고 있을 때 나의 기분-같이 말이다. 결코, 직접 경험하지 않는다면 느낄 수 없는 소중한 경험들이다.
내 인생의 최종 목표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나는 고등학교 3학년 여름,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 공개채용에 지원 및 합격해서 성인이 채 되기도 전부터 회사생활을 시작하게 되어 현재 7년차 회사원이다. 그리고 재직한지 만 3년이 되던 해에 대학에 입학원서를 제출하고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고, 지금은 대학의 마지막인 4년차를 보내고 있다. 사실 중학교 때부터 선취업후진학을 목표로 하고 전략적으로 시도한 것이었고, 내 계획대로 잘 흘러서 난 지금 꽤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안정적인 회사, 알아주는 학교,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취미인 운동도 마음껏 즐기고 있다. 지금의 삶을 유지한다면 나는 아마 정년퇴직 때까지 여유롭고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런 안정적인 삶을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난 내년에 퇴사를 준비하고 있다. 나는 현재에 안주하며 사는 것보다는 계속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부딪히고, 이겨내면서 살아나가는 것이 좋다. 그게 내 방식이고, 내 가치관이다. 누군가는 왜 복을 차버리냐고 할 수도 있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왜냐면 우리 회사 정말 좋고, 월급도 매달마다 잘 들어오고, 복지도 좋고,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참 좋다. 철없던 19살 때부터 항상 따뜻하게- 그리고 가족같이 대해주시는 감사한 분들이 너무나도 많다. 심지어는 회사 사람들이 너무 좋아서, 신입사원 때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저녁마다 회사분들과 술을 먹은 적도 있다. 그런데도 퇴사를 결심한 이유는 내 행복을 찾기 위해서, 그리고 어릴 적부터 꿈꿔온 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이다.
내년 3월에 퇴사를 하려고 한다. 퇴사를 한 뒤, 26년간 안 쉬고 열심히 살아온 내 자신에게 선물의 의미로 미국 PCT 종단을 하러 가는 것이다. PCT(Pacific Crest Trail)는 미국 장거리트레킹코스인데,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까지 약 4,300km의 산맥을 걷는 거리로 평균적으로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 시간동안은 온전히 나만을 생각하고, 나의 미래를 생각하고, 나의 꿈만 생각하면서 길을 걸으려고 한다.
PCT를 종단한 뒤, 한국에 잠깐 들어올 계획이다. 짧으면 1달, 길면 2달정도.
그러고 자전거 세계일주를 떠날 것이다. 자전거 세계일주 역시 어릴 때부터 꿈인데, 이제 드디어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는건가 싶어서 아직 1년은 더 남는 시간이 남았지만 벌써부터 설레이고, 또 설레인다. 자전거 세계일주에 대한 계획은 아직 큰 틀만 잡은 상태다. 어차피 PCT를 먼저 떠날 예정이기 때문에 PCT를 다녀와서 구체적인 계획을 잡아도 늦지 않을 것 같아서- 지금은 조금씩 시간 날 때마다 자전거여행자들의 후기글을 읽어보고, 가고 싶은 곳을 마킹해두는 정도로 준비하고 있다.
워킹홀리데이도 다녀올 생각이다. 사실 워킹홀리데이를 먼저 할지, 아니면 세계일주를 먼저 할지 고민을 엄청 했다. 그런데 최대한 빨리 세계여행의 꿈을 이루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국 현재로썬 세계일주를 먼저 하는 것으로 마음을 굳힌 상태이다. 워킹홀리데이는 만 30세까지 지원이 가능하고, 생일이 늦은 덕분에 내 나이는 아직 만 24세다. 내년이 되어 PCT를 다녀오고 자전거 세계여행을 다녀와도 만 27세, 혹은 만 28세정도! 그 때 워홀을 가도 늦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서 세계일주를 다녀온 뒤 바로 워홀을 신청할 생각이다.
내년에 PCT를 시작으로 한국에서의 삶을 정리하려고 한다. 어릴적부터 꿈이자 로망이었는데, 세계일주를 하면서 가장 마음이 닿는 나라에 정착하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 그 마음이 닿는 나라는 아마 산과 바다가 가까이 있고, 풍경이 좋고 사람이 좋은 곳이겠지. 그리고 그 나라에서 여행가이드와 다이빙강사로, 프리랜서로 일하고 싶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리고 운동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 직업들은 그 어떤 직업보다 나에게 잘 맞는 직업이 되지 않을까?
열심히 일해서 자본을 모으고 나만의 공간을 만들 것이다. 1층은 펍, 2층은 헬스장, 그리고 3층은 게스트하우스로다가. 펍에서는 내가 좋아하다 못해 사랑하는 조각 피자를 팔 것이고, 내가 사랑하는 맥주를 종류별로 잔뜩 갖고 와 팔 것이다. 헬스장에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고, 운동하고 싶게 만드는 감성적인 공간을 기획하고 싶다. 게스트하우스 역시 여행자들이 쉬어갈 수 있는, 편안하고 아늑한 공간으로.
게스트하우스 차리면 무료숙박 시켜주겠다고 한 지인들만 이미 족히 20명은 넘어선 것 같은데, 차리자마자 파산하는 건 아닌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30대까지는 이렇게 살 생각이다. 혹은 늦어도 40대 초중반정도까지?
그리고 40대 중반부터는 아프리카나 동남아, 혹은 남미 등 어려운 나라에 가서 봉사를 하며 삶을 사는 것이 내 최종 목표다. 종종 최종목표를 묻는 사람들이 질문을 함과 동시에 내 목표가 '유명한 사람', '강연하는 사람', '방송 쪽 일하는 사람' 등일 것이라고 유추하는데, 의외로 내 최종 목표는 이러하다. 사실 이러한 꿈을 꾸게 된 것도 계기가 있다. 아버지의 인사발령으로 가족 모두가 베트남으로 이민을 갔을 때- 그 때가 2001년도였다. 지금의 베트남은 꽤 많이 발전했고 꽤 멋있는 나라가 되어있지만 2001년도에 내가 처음 베트남이라는 땅에 갔을 때 그 곳은 나에게 꽤나 충격적인 모습으로 다가왔다. 길거리를 나가면 팔다리가 없는 분들이 구걸을 하고 있었고, 노숙을 하고 있었다. 고작 8살, 아니 생일이 늦은 나는 태어난지 6년도 안 되었을 때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 때 그 풍경과 모습이 생생히 기억난다. 그리고 그 때 결심했던게, 나는 나중에 꼭 이런 사람들을 돕고 살아야지- 라는 생각이었다.
그 당시의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결심을 했다는 것은 지금의 내가 생각해도 참 기특한 일이다. 그리고 그 때의 그 결심이 지금 26살의 내가 되어지기까지 많은 영향을 주었으리라 생각한다. 선한 영향력을 펼치기 위해 40대가 되기까지 기다리는 것은 아니고, 그 전에도 꾸준히 내가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기회가 닿는다면 틈틈히 돕고,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 아직 구체적인 것은 알아보지 못했지만 KOICA 혹은 UN난민기구, 유니세프에 지원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
20대와 30대까지는 내가 하고 싶은 것, 도전해보고 싶은 것을 다 해보고 40대 이후부터는 나의 인생보다는 타인의 인생을 위해 살아나가고 싶다. 그게 나의 꿈이고, 최종목표이다.
2년 전, 26살 때 기록했던 나의 목표 이야기다.
지금도 여전히 변함없는 나의 목표지만, 코로나로 인해 미국 PCT 횡단과 자전거 세계일주를 못 하게 되었다. 워킹홀리데이도 당장은 어떻게 될 지 모르고. 물론 이 시국이 잠잠해지는대로 바로 다시 세상으로 뛰쳐나갈 것이다. 계획은 언제나 뜻대로 되지 않고, 그러므로 더 재미있는 인생이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행복한 삶을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