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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홀 Jul 04. 2016

넌 왜 맨날 사는게 힘들어?!

인생을 얘기하는 드라마, 디어마이프렌즈


희자는 젊은시절 허망하게 잃은 첫 아들을 가슴에 묻고 살아왔다. 그렇게 수 십년을 살았는데 이성을 잠시 놓은 때, 그녀는 첫 아들을 놓을 수가 없었나 보다. 베게를 등에 지고 하염없이 걷고 또 걸어 그 아이와 살던 동네를 배회하고 있는 희자.


그녀의 친구들은 멍하니 걷고 있는 희자를 발견한다. 잠시 '여기가 어딘가? 이 사람들은 누군가?'하는 표정을 짓던 희자는, 가장 절친인 정아를 보더니 불같이 화를 낸다. "니가 여기가 어디라고 와!"하며 정아를 밀친다. "내가 아이가 이상하다고 와달라고 했잖아! 남편은 출장가서 없고 아이는 아프고 무서워서 너한테 전화했는데 너 뭐라 그랬어? 나도 힘드니까 그만 징징대라고 했지! 난 너 밖에 없었는데, 내가 맘대로 힘들다고 말하지도 못하게 넌 왜 맨날 사는게 힘들어!!'

디어마이프렌즈의 이 장면을 보며 많이 울었다. 그 날 내용이 전체적으로 슬퍼서 보는내내 눈물을 흘렸지만, 이 장면에서는 그 슬픔이 폭발했다. 울음소리가 나오는 걸 꾹 참으며 우느라 목이 아플 정도였다. 그리고 보통은 장면이 지나고나면  멎던 눈물이, 드라마가 끝나고도 한동안 멈추지 않았다. 며칠 뒤, 드라마의 감동을 친구에게 전할때에도 다시 울컥해져서 말을 잇기 힘들었다.  내 얘기도 아닌데 난 왜 이렇게 우는가?


이건 남의 얘기를 보고 그 인물에 감정이입을 해서 흘리는 눈물이지 않나? 우리 주변에 있을것만 같은 얘기로, 진짜같은 연기를 하는 배우를 보고 우는 게 아닌가? 남이 울면 따라 울게 되니까 울었던 거 아닌가?  뭐 이렇게까지 눈물을 흘리는가?


가만히 내 눈물의 근원을 들여다보니, 그건 외로움 인 듯.  등장인물들이 갖고 있던 말 못할, 말하지 않고, 표현하지 않고, 표현할 줄 모르고 살아 온 그 외로움과 힘듦, 견딤의 시간들이 이해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각자의 얘기는 달라도 가슴속에 묻어두고 차마 입밖으로  내뱉지 못하는 말, 잊은 듯 살아가는 일이 하나쯤은 있다는 것.  그런 일은 부모님에게도, 형제들, 친구들에게도 있을 것이고 내게도 있고.  그것이 사랑의 상처이든 배우자나 친구의 배신이든 사랑하는 이를 잃은 고통이든 시간이 지날수록 잊은 듯, 그런 일이 있었는지조차 모르게 마음을 마비시키고 살아가는 인생의 무게. 그 무게를 홀로 견디는 외로움에 공감했던거다.


그리고 인생은 혼자 짊어져야 할 각자의 몫이 있더라도 의지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기에 그 외로움을 잘 견딜 수 있다는 것. 그 친구들의 우정에도 눈물이 났던거다. 과연 저 나이쯤 되면 내 주위엔 누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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