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홀 Jul 27. 2016

귀찮아서 이혼도 못해!

주변에서 본 많은 기혼자들은 실연을 별 것 아니라는 듯 말한다.  연애하다 헤어지는 일은  남녀가 서로 사랑한다, 아니다의 단계에서 끝나는 일이니 얼마나 단순하고 간단하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냐며. 이혼보다 백배 쉬운 일이라며...


그리고 많은 기혼자들은 미혼자에게 결혼하지 말고 혼자 살라는 말을 한다. 혼자가 얼마나 편하냐며 부러운 듯 말한다.  그리고 곧 서로 다름에서 오는 결혼생활의 고달픔을 하소연한다.


부부 사이의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서로의 존재가 있는 듯 없는 듯 사는 부부의 얘기를 주변에서 심심찮게 듣는다.  어떤 부부는 각 방을 쓴 지 오래되었다 하고 서로 말하지 않고 지낸 지 몇 달, 몇 년된 부부도 있는데 이들은 그럼에도 헤어지지 않고 같은 공간에서 산다. 왜 헤어지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애들이 스무 살 넘으면,  결혼시키고 나면, 그래도 배우자가 있다고 하는 편이 나으니까 등등의 이유로 이혼은 생각해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단다.  그리고 무엇보다 귀찮아서 이혼을 못하겠단다.


이혼절차에 따른 여러 가지 고려사항과 그것을 위해 나눠야 할 대화가 하기 싫어서, 양육과 재산을 나누는 부분, 각자 집안에 알리고 설명해야 하는 괴로움 등을 생각하면 복잡하고 귀찮아서 헤어질 수 없다고 한다.  그냥 이대로 대면 대면하게 사는 게 낫다며...


그들은 그렇게 말하지만,

미혼인 내게는 그들 사이에 미운 정이라도 '정'이 남아있고 남녀 관계를 넘어선 가족으로서의 끈끈함-떼어내려 해도 그럴 수 없는 천륜의 관계처럼-이 생성되었기 때문이지 싶었다.


그리고는 귀찮아서 헤어지지 못하는 그들이 부러웠다.  그렇게라도 같은 공간에서 함께 살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싶기에.  결혼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그들의 헤어지지 못하는 이유가 이유 같지 않게 들린다.


Eva Armisen의 "Balancing" 따라 그린 그림


매거진의 이전글 넌 왜 맨날 사는게 힘들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