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본 많은 기혼자들은 실연을 별 것 아니라는 듯 말한다. 연애하다 헤어지는 일은 남녀가 서로 사랑한다, 아니다의 단계에서 끝나는 일이니 얼마나 단순하고 간단하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냐며. 이혼보다 백배 쉬운 일이라며...
그리고 많은 기혼자들은 미혼자에게 결혼하지 말고 혼자 살라는 말을 한다. 혼자가 얼마나 편하냐며 부러운 듯 말한다. 그리고 곧 서로 다름에서 오는 결혼생활의 고달픔을 하소연한다.
부부 사이의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서로의 존재가 있는 듯 없는 듯 사는 부부의 얘기를 주변에서 심심찮게 듣는다. 어떤 부부는 각 방을 쓴 지 오래되었다 하고 서로 말하지 않고 지낸 지 몇 달, 몇 년된 부부도 있는데 이들은 그럼에도 헤어지지 않고 같은 공간에서 산다. 왜 헤어지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애들이 스무 살 넘으면, 결혼시키고 나면, 그래도 배우자가 있다고 하는 편이 나으니까 등등의 이유로 이혼은 생각해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단다. 그리고 무엇보다 귀찮아서 이혼을 못하겠단다.
이혼절차에 따른 여러 가지 고려사항과 그것을 위해 나눠야 할 대화가 하기 싫어서, 양육과 재산을 나누는 부분, 각자 집안에 알리고 설명해야 하는 괴로움 등을 생각하면 복잡하고 귀찮아서 헤어질 수 없다고 한다. 그냥 이대로 대면 대면하게 사는 게 낫다며...
그들은 그렇게 말하지만,
미혼인 내게는 그들 사이에 미운 정이라도 '정'이 남아있고 남녀 관계를 넘어선 가족으로서의 끈끈함-떼어내려 해도 그럴 수 없는 천륜의 관계처럼-이 생성되었기 때문이지 싶었다.
그리고는 귀찮아서 헤어지지 못하는 그들이 부러웠다. 그렇게라도 같은 공간에서 함께 살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싶기에. 결혼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그들의 헤어지지 못하는 이유가 이유 같지 않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