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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홀 Nov 16. 2017

통제할 수 없는 두려움을 강제로 억누르고 싶은 욕망

"그렇게 떨면 수술 못해요. 긴장하지 마세요~"

"저도 긴장 풀려고 하는데요, 제 마음과 달리 몸이 너무 떨려요."  나도 이렇게 몸을 떠는 나 자신에 적잖이 당황되었다. 위험한 수술이 아니라는 설명을 충분히 들었고, 전신마취가 아니라 수면마취라는 말을 들으며 '그래도 의식이 없는건 싫은데'라며 아쉬워했던 터였다.  수면으로 위 내시경을 한 후, 내 몸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늘 깨어있어야겠다고 다짐했었다.  검사했던 그 시간을 기억하지 못했단 사실에 두려움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나를 기억 못하는 시간이라니.  그래서 이번에  수술할 때 부분마취라고 하여 다행이라고 여겼었다. 아픔은 느끼지 않지만 내 의식은 또렷하여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있을테니.  그래서 수술당일, 수면마취라는 말을 듣고 좀 아쉬운 마음이었다.


그런데, 수술실로 들어가자 온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심호흡을 하고 진정시키려 했으나 떨림이 심해지기만 했다.

추운사람처럼 아래윗니가 부딪치고 팔과 다리는 경련이 일어난 사람처럼 흔들렸다. 간호사에게 손을 잡아달라며 진정시키려 했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떨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차라리 잠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잠들고 싶은 마음이 강렬해졌다.  의사가 진정제를 놓겠다고 했을때 '제발 빨리요~'라고 외치고 싶을 정도였다.


통제할 수 없는 두려움을 강제적으로 억눌러야 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어떤 순간에도 깨어있고 싶었으나, 충분히 안심해도 되는 일 앞에서, 자신도 무엇때문인지 명확히 알 수 없는 두려움으로 온 몸을 격렬하게 떠는 자신이 창피하기도 하여 숨고 싶은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의식을 잃고 그 순간이 지나기를 바라던 그 강렬한 마음은.


빨리 잠들자고 되뇌이며 진정제를 놓겠다는 소리를 들은 후, 다리에 느껴지는 아픔에 '아파요'라고 웅얼대는 내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잠시 후 뭔가 정리를 하는 소리에 끝났는지 물으니 그렇단다.  역시 아주 찰나의 시간인 줄 알았는데 30분이 지나있었다.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기억 못하는 그 시간은 무서움보다 안심으로 바뀌어 있었다.  덕분에 몸이 흔들리지 않았고 그래서 수술이 잘 될 수 있었으니.


머리로 통제할 수 없는  나약한 육체의 본능적인 반응에, 여지없이 무너지는 내 정신.


'늘 깨어있으라'는 말에 공감하며 그렇게 살아보려고 하지만, 언제나 무너진다. 나약한 육신으로, 비겁한 합리화로.  그리고는  창피하여 고개를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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