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일이지만, 오신다는 엄마를 말리지는 않았다. 기껏 의연한 척 내뱉은 말은 "수술 시간에만 오면 돼"라는. "아빠는 굳이 안 오셔도 되니 말씀도 드리지 마요" 라는 말. 병원에서 이것 저것 검사받고 수액을 맞으며 '수술 들어가기전에 오셔야 할텐데'라며 기다리는 내 모습.
엄마 얼굴을 보니 안심이 되고 수술 들어가기 전에 엄마 손을 한번 잡고. 큰 수술도 아니니 태연하게 대처하려 했으나, 마음과 다르게 반응하는 몸. 엄마 얼굴을 떠올리며 안정하려고 심호흡을 반복. 수술 후 입원실에서 본 엄마의 걱정어린 얼굴에 안도.
전복죽을 사려고 했는데 이 일대에 없다며 할 수 없이 호박죽을 샀다고 들고오신 아빠. 물 떠다 주시고 손 잡아 주시며 괜찮냐고 물으시는 아빠의 거친 손을 보며 "핸드크림 좀 바르고 다니라"고 타박하는 나.
"우리 딸이 수술 받는다고 해서 놀랐다"며 미리 말하지 않은 것을 서운해하시는 아빠에게 "별 거 아닌데 뭐하러~"라고 태연한 척 말하는 나.
세상 혼자인 것처럼 살아도 결국 이런 순간에는 부모님이 옆에 계심에 감사해야 하는데, 그 한마디 "고마워요"를 크게 말하지 못하고 "더 있다가 가~"라며 붙잡는 두 분의 목소리를 뒤로 하며 "내 집이 편해"라고 와 버리는 못난 자식.
함께 할 시간이 영원하지 않을것을 정말 잘 알면서, 이렇게 또 고마움을 전하지 못한다. 얼마나 후회를 하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