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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홀 Jan 19. 2018

불안함은 어디서 오는가

평소에 택시를 자주 타고 출근하면서 사고가 날 수도 있겠다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그랬는데 추돌사고가 났다.  그 날 아침의 일이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슬로비디오를 보듯이.


그날따라 집 앞 골목에 정차해 있던 빈 택시.  

그 택시를 지나쳐 맞은편에서 오는 택시를 세울까 하고  0.1초의 시간을 망설이다,

택시를 돌려세우는 일이 번거롭게 여겨져, 골목에 정차해 있던 택시에 올라탔다.  

택시가 달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앰뷸런스가 사이렌 소리를 내며 옆을 지나갔다. '누군가 정말 위급한 상황에 있구나..'란 생각을 하는 와중에, 택시 기사 아저씨는 차가 막히는 차선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아이쿠,  달리던 차선이 잘 빠지는데..'하며 아쉬워하다 문득  라디오에서 '시선집중'이라는 단어를 듣고 낯선 진행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무렵, 갑자기 앞 차에 부딪히려는 택시!  '어머, 어머'하며 소리 지르는데 꽝!!   다행히 부딪힐 것을 예상하고 앞좌석을 꼭 붙잡고 몸의 반동을 최소화한 덕분인지, 다친 곳은 없었지만 멍해졌다.  아저씨가 다른 차 이용하라고 하시는데, '지금까지 나온 택시요금 계산할게요' 했더니 괜찮다는 아저씨 말에 길 한복판에서 멈춘 택시에서 내려, 그냥 걸었다. 버스를 타야 하는지 다시 다른 택시를 타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고, 여기가 어디인가 싶었다.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아 무작정 걷다가  회사 근처까지 온 걸 깨닫고, 마저 걸었다.

영하 13도의 추운 아침이었는데,  추위가 느껴지지 않았다.


회사에 도착하고 난 후에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도무지 업무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급기야 오전 반차를 내고, 휴게실에서 쉬었다.  그리고 이렇게 진정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았다.  단순히 놀랐기 때문은 아니었다.  평소 가지고 있던 불안한 마음이 실현된 것 같아,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사고가 날지도 모른다고 여겼던 평소의 불안한 마음이 사고를 불러일으킨 것 아닌가 하는.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걸 어느 정도 믿는 나는, 그래서 긍정적이고 밝은 생각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원했던 직장에서 하고 싶던 일을 하며 만족하게 살고 있었다.   


그러나 나이를 먹을수록, 나이 탓으로 밖에는 돌릴 수 없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안함과 걱정이 커짐을 느낀다.

이렇게 사소한 추돌사고쯤은 운전할 때도 겪었던 일인데, 뭔가 어떤 운명이 내게 경고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며 걱정한다.   평생 본 적 없던 화재를 보고 119에 신고를 한 일도,  합선이 되어 전기 차단이 된 일을 겪은 일도 모두 갑자기  불길함으로 느껴진다.   그러니 마음은 더 불안해진다.  불안한 마음은 나쁜 일을 불러올 것 같아 더 불안해진다.  애써 이 불안함을 억누르고, 미리 알고 큰 일을 막았으니 두려워할 일은 없다고 자기 암시를 주려고 노력하지만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이 "불안"은 가끔 숨을 쉬게 어렵게도 한다.


도대체 이 불안함은 어디서 오는가.  

불안함이 사고를 불러일으키는 건가, 아니면 사고가 닥쳐오기 때문에 불안할 걸까?

 


마음을 가다듬고 심호흡을 한다.

그럼에도 나는 정신력이 좋으니까.  알고 있지 않은가?!  

불안함이 나이먹음에서 오는, 호르몬의 장난 때문이라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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