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의 식사 메뉴는 거의 일정했다.
회, 소주 / 고기, 소주 / 감자탕, 소주
2차로 치킨, 맥주.
와인은 싫어했고
막걸리는 즐겨하지 않았다.
식사 때 마다 소주를 즐겨하던 그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나를,
참 재미없어 했었다.
그와 분위기를 맞추려고
소주 몇잔을 기울였다가 취해버리면,
그렇게 쉽게 취하는 나를 또 좋아하지 않았다.
술을 잘 못하는 나는,
그래도 소주나 맥주보다는
와인을 좋아하고 와인 종류를 좀 알며,
기회가 되면 마시는 칵테일이 있고,
즐겨하는 흑맥주 브랜드가 있고,
50도 넘는 중국의 백주는
소주량 만큼 마실 수 있다.
그는 내 술 취향을 알지 못했는데,
그와 만나는 동안 난,
내 술 취향을 전혀 떠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술을 좋아하지 않고
잘 마시지 못하기 때문이었는지,
그의 취향에 맞추고 싶어였는지 알 수 없다.
그와 헤어지고 나서야
레드와인 보다 화이트 와인을,
샤도네이를 선호하고,
기네스 보다 벡스 다크를,
싱가폴 슬링 보다 마가리타를,
사케와 아사히 맥주를 좋아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새롭게 연태 고량주 보다
수정방이 더 잘 넘어가는걸 알게 되었다.
내 술 취향을 그가 알았다면,
우리 관계는 더 즐거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