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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Oct 19. 2018

파리의 빨간 풍차

-물랭루즈



파리를 찾는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 중 하나가 몽마르트, 그중에서도 물랭루즈다. 지하철역이 바로 옆에 있어서 그런지 늘 관광객들이 북적거리고 그들은 항상 이곳을 향해 사진기를 겨누고 있다. 그리고 공연시간이 되면 앞길에 길게 줄이 늘어선다. 


물랭 루즈는 1889년에 생긴 카바레다. 근데 이 카바레는 대뜸 춤바람이랑 연결되던(춤을 추는 게 죄악시되던 1960-1980년대에) 우리 카바레랑은 좀 다르다. 왜 다른지를 설명하려면 시대적 배경을 이해해야 될 필요가 있다. 


1889년이라는 해는 프랑스혁명 100주년을 기념하고 에펠탑을 보여주기 위한 만국박람회가 열린 해다(1900년에도 또 만국박람회가 파리에서 열린다). 이 10여년은 흔히 벨 에포크(Belle Epoque)라 불린다. 벨 에포크란 

말 그대로 '살기좋은 시대'다. 평화롭고, 산업이 발전하고, 풍요한 문화가 꽃을 피워 낙관주의가 팽배하고 인간에 대한 믿음이 널리 퍼져나간 시절. 말하자면 요순의 시대였던 셈이다.
그리고 몽마르트는 점점 더 거대해져가면서 고도시로서의 매력을 잃어가던 파리에서 유일하게 목가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언덕이었다. 화가들이 이곳에 자리를 잡고, 일에 지친 파리지앵들이 주말이면 녹음이 우거지고 양떼가 뛰놀아 시골 분위기를 풍기는 이곳으로 몰려와 편히 쉬며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 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당시 몽마르트 언덕에는 30개의 풍차방아가 있어서 곡식이나 옥수수, 석고(몽마르트는 거대한 석고 채굴장이었다. 말하자면 지금 몽마르트의 땅 속은 텅 비어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곳을 찾는 분들은 항상 발밑을 조심하시길. 언제 어느때 꺼질지 모른다), 돌을 빻았다. 그러니 몽마르트의 풍경이 얼마나 낭만적이었겠는가. 그때 이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한 잔 걸치는 곳이 바로 카바레였다. 여기서 그들은 사회적 신분의 고하와 상관없이 한데 어울려 대화하고 술마시고 춤추었다. 일종의 해방구였던 셈이다. 
이런 시대적, 사회적 분위기를 감지한 조제프 올레르(그는 이미 마들렌 성당 옆의 올림피아 극장도 갖고 있었다)는 1889년 그 당시 정원이던 지금의 장소에 물랭 루즈를 세웠다. 그리고 여기서 정신없이 돌아가는 프렌치캉캉춤이 생겨났다. 라 굴뤼나 제인 아브릴 같은 댄서들이 이름을 떨쳤고, 로트렉은 포스터를 그려 물랭루즈를 전 세계에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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