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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Nov 11. 2018

-파리의 묘지에 살고 있는 죽은 자들 : 샤를 보들레르


보들레르의 <가을의 시>


1

이윽고 우리는 추운 어둠 속에 빠져 들리니
너무나 짧은 여름날의 강렬한 밝음이여, 안녕!
이미 나는 불길한 충격을 주면서 안마당 돌바닥에 
장작 던지는 소리를 듣고 놀란다.

겨울의 모든 것 - 분노와 증오, 전율과 공포
또한 강제된 고역은 내 몸 속에 되돌아 온다.
북극의 지옥의 날에다 비유할 것인가
내 마음은 얼어붙은 쇳조각이다.

나는 몸서리쳐짐을 느끼며 장작 던지는 소리 듣노니
세워진 단두대의 소리없는 울림조차 이렇지 않다.
내 가슴은 무거운 쇠망치를 얻어맞고
허물어지는 성탑과도 같다.

이 단조로운 충격에 내 몸은 흔들려
어디선가 관에다 서둘러 못질하고 있는 듯하다.
누굴 위해? - 어제는 여름이었으나 이제는 가을?
흡사 죽은 자를 매장하는 종소리와도 같다.

2

나는 그대 지긋한 눈의 푸른 빛이 좋아,
다사론 미녀여, 나 오늘은 모두가 쓰디써,
그대 사랑도, 침실의 즐거움도, 화끈한 난로도,
그 어느 것도 바다의 눈부신 태양만 못해.

하지만 사랑해주오, 다정한 그대여!
박정하고 심술은 놈일지라도 어머니 되어 주오.
애인이건, 누님이건, 가을 영롱한 하늘 또는 
낙조의 한 순간 그 따스한 정을 베풀어주오.

잠깐의 수고를! 무덤 기다리니, 그 탐욕한 무덤이
아! 내 이마 그대 포근한 무릎에 얹고,
백열의 지난 여름 그리며, 이 늦가을의 
따스하고 누른 햇살 맛보게 해주오!



파리 몽파르나스 묘지에 있는 시인 보들레르의 무덤. 사이가 좋지 않았던 의붓아버지와 함께 묻혀 있다. 



-역시 파리의 몽파르나스 묘지에 있는 보들레르의 가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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