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몽마르트르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크레쾨르 성당과 화가들이 초상화를 그리는 테르트르 광장만 보고 떠나버리지. 하지만 몽마르트르라는 마을은 구석구석에 보물을 감추고 있어. 그중 하나가 몽마르트르 박물관(Musee de Monmartre) 안에 있는 정원이야. 이 정원에 들어가는 순간 몽마르트에 몰려든 인파의 소음과 번잡함은 꼭 마술을 부린 것처럼 일순 사라져버리지.
-몽마르트르 박물관 정원
원래 르누아르와 발라동, 유트릴로, 에밀 베르나르, 라울 뒤피 등 많은 화가들의 아틀리에였던 이 박물관의 정원에서 르누아르는 <그네>라는 그림과 <갈레트 풍차에서의 무도회>라는 그림을 그렸어.
자, <그네>라는 그림을 보면, 이 정원에서는 지금 공원 축제가 벌어지고 있고, 르누아르는 그 축제에서 밀당 중인 남녀커플을 등장시킨 거야. 보라구. 그네를 타고 있는 젊은 여성과 그 앞에 서 있는 남성이 지금 연애를 하는 중이야. 이 밀당 장면을 프랑스어로는 Fete galante라고 부르는데, 이미 18세기부터 와토나 프라고나르 같은 화가들이 주제를 화폭에 담았지.
-르누아르의 <그네>
-몽마르트 박물관 정원에 있는 실제 그네
말하자면 르누아르는 이 밀당의 전통을 몽마르트 박물관 정원에 재탄생시킨 거야. <자물쇠>(1774-1777년경, 루브르 미술관 소장)라는 프라고나르의 작품을 보라구. 여자가 방문을 걸어잠그는 남자를 건성으로 말리는 척 앙탈을 부리고 있지.
-프라고나르의 <자물쇠>
또 하나 기억해두어야 할 건, 르누아르는 이 그림에서 햇빛의 효과를 노렸다는 거야. 잘 봐. 나뭇잎 사이로 뚫고 들어온 햇빛이 여자 얼굴과 옷, 왼편의 나무, 심지어는 땅바닥까지 환하게 물들이고 있잖아? 르누아르는 이 효과를 노린 거지. 햇빛은 모든 대상을 통일시키는 자연요소가 된 거야.
여자의 상반신을 그린 그림의 제목이 <햇빛의 효과>라는 사실은 의미심장한 거지. 또 <갈레트 풍차...>는 파리의 젊은 남녀들이 무도회에서 짝을 찾는 장면을 그린 작품인데, 이 갈레트 풍차는 몽마르트르 박물관에서 머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어. 이 그림 역시 나뭇잎 사이로 흘러든 햇빛이 그림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걸 알 수 있어.
-르누아르, <습작, 상반신, 햇빛의 효과>
-르누아르, <갈레트 풍차에서의 무도회>
자, 몽마르트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관광객들로부터 잠시 벗어나 이렇게 고즈넉한 정원에서 차 한잔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박물관 입장료는 12유로, 정원만 들어가면 5유로. 정원 안에 카페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