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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너빈 Feb 18. 2024

성인방송 BJ가 옆집에 산다.

옆 집의 신음소리 공격.

때는 바야흐로 6,7년 전. 저희 바로 옆 호실에 젊은 남자가 이사를 왔습니다. 반팔, 반바지를 입고 있다 보니 훤히 보이는 '전신 이레즈미 문신'.


저는 타투에 대한 선입견은 없습니다. 제 와이프도 아킬레건에 작은 타투가 있거든요.(저를 5년을 속였습니다. 스티커라며. 속은 제가 바보죠.)


저도 기회가 된다면 타투를 한 번 해보고 싶기는 합니다. 전 타투가 없거든요. 나이 들어 후회할까 싶어 그동안은 하지 않았습니다.


하루는 회사에서 철야를 하고 있었습니다. 새벽 2시경, 아내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지금 자고 있을 텐데 무슨 일 있나 싶었어요.


여보, 옆집에서 이상한 소리 들려. 무슨 신음소리 같아.


그럴 리 없다며 조금 더 있어보고 계속 소리 나면 경찰에 신고하라고 했어요. 그렇게 지나간 그날 철야. 전날 아침 8시 반에 출근해서 그다음 날 오전 11시에 집에 들어왔으니 전 이미 제정신이 아닙니다.


술을 마시지 않았음에도 얼굴이 벌겋고 세상이 빙글빙글 돕니다. 정신이 허공에 붕 떠있는 느낌도 나고.


전 철야를 하면 그날 저녁까지 잠을 자지 않습니다. 낮에 자버리면 밤에 잠이 오지 않아, 의지와 상관없이 자체 철야를 하게 되거든요. 그렇게 꺼져가는 정신을 붙잡고 잠을 참아가며 밤 10시가 되기만을 기다리던 그때.


아, 아, 아.xxxxxxxxxxx


글로는 그 소리가 표현아 안 됩니다. 여자의 신음소리가 매우 크게 들리더군요. 처음엔 환청인 줄 알았어요. 잠을 거의 30시간 이상을 못 자고 있어서 그런가 싶었습니다. 근데요.


또 들립니다. 아주 우렁차게 내지르던 여성분.

아, 어제 새벽에 아내가 말한 게 이소리였구나.


문 밖으로 나와보니 더 가관입니다. 우렁찬 신음소리가 복도에 가득 울려 퍼집니다. 새로 이사 온 그 집임이 틀림없습니다. 벨을 눌러보고 문을 두드려봐도 그 신음소리에 묻힌 건가, 아무런 반응도 없고 소리는 여전히 계속 나오더라고요.


결국 경찰에 신고를 합니다. 5분쯤 뒤에 오더군요. 그때도 신음소리는 여전히 우렁찼어요. 경찰분들이 저보고 집에 들어가 있으랍니다. 불필요한 싸움이 생길 수 있다면서요. 고분고분한 저는 경찰분들 말을 아주 잘 듣습니다.


경찰분들이 문을 두드리고 벨을 누르길 수 분. 문 뒤에서 어떤 여성분이 누구냐고 묻더군요. 집 문을 조금 열어놓고 듣고 있었어요. 민원이 들어왔다. 지금 너무 시끄러우시다고 설명하던 경찰분. 문을 열어보라고 하니 그제야 문이 살짝 열립니다.


민원이 와서요. 출동해 보니 너무 시끄러우세요. 주민분들 생활에 방해될 만큼 시끄러우시니 조금만 조용히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경찰분들이 열심히 설명을 해줍니다. 알겠다는 그 여성분.


조용해진 건물. 결국 10시를 기다리지 못하고 9시 조금 넘어서 기절하듯 잠에 들었어요.

다음날, 퇴근하고 엘베에서 내리는데 그 문신남이 서 있네요.


거 좀 조용히 삽시다. 여기 혼자 살아요? 주변사람에게 그렇게 피해 주면 돼요?


다소 신경질적으로 말했어요. 죄송하답니다.

그렇게 일단락. 열흘쯤 지났나, 엘베에서 다시 마주쳤는데 아주 반갑게 안녕하세요 라며 인사를 하네요.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저도 기분 좋게 인사를 했어요.

요즘은 좀 조용하네? 고마워요.(근데 지금생각해 보니 이게 내가 고마워할 일인가 싶네요?)


두 달인가 지나서 알게 된 그의 정체. 성인방송 BJ더군요. 수익공개를 했다며 인터넷뉴스에도 나오던 그.

몇 주 만에 5천만 원을 벌었더군요. 자괴감. 난 이렇게 개고생 해서 월에 몇 백 월급 받는데. 휴. 3일 간 일이 손에 안 잡히더라고요. 물론 돈 아무리 준다 해도 성인방송을 할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사람인지라 돈 자체가 부러운 건 어쩔 수 없네요. 하하.


당시 포르셰와 BMW 두 대의 차를 소유했던 그.

항상 고급차 두 대를 번갈아 타더라고요.

지금은 어디서 뭐하는지 문득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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