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민국의 언론과 사법 구조를 보면, 겉으론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지만 실질은 점점 통제사회로 접어들고 있다는 강한 위기감을 느낀다. 문제는 이 통제가 '검열'처럼 명확하지 않아 많은 이들이 위협으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한국에는 수많은 언론 매체가 존재한다. 그러나 그 다변성은 껍데기일 뿐이다. 실질적인 여론 형성의 중심은 전통적 레거시 미디어이고, 이들 중 일부는 특정 이념 성향의 영향력이 강하다. 2021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9.4%가 뉴스를 TV를 통해 접하고 있으며, 이는 여전히 전통 미디어의 영향력이 지배적임을 보여준다.
언론학계에서는 오래전부터 한국 언론의 정파성 문제가 지적되어 왔다. 2020년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에서는 한국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조사 대상 40개국 중 최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언론이 특정 정치적 견해에 치우쳐 있다는 국민적 인식을 반영한다.
주요 방송사의 노조가 편성권에 미치는 영향력은 2012년 MBC 파업, 2017년 공영방송 정상화 논란 등 여러 사례에서 확인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작은 독립 매체들이 아무리 바른 취재를 하더라도, 거대 미디어의 프레임에 덮여버리는 현실이다. 이것이야말로 겉으로는 언론의 자유를 유지한 채, 실질적으로는 언론의 다양성이 제한되는 현상이다.
2020년과 2022년에 걸쳐 이루어진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일명 '검경수사권 조정')은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제한했다. 이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 등 법조계 일각에서는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 효율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사법부를 향한 정치권의 압박도 심화되고 있다. 2025년 5월,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 이후,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공식 요구하였다. 또한, 민주당은 대법관 12명을 증인으로 소환하는 국회 청문회를 예고하며 사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압박 속에서 서울고등법원은 이재명 후보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당초 예정된 5월 15일에서 대선 이후인 6월 18일로 연기하였다. 이 결정은 이 후보 측의 기일 변경 신청이 접수된 지 약 1시간 만에 이루어졌으며,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사법부가 정치권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전 법조인협회장 최건 변호사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민주당의 발상은 입법부가 사법부보다 우선한다는 것으로, 삼권분립이 없는 나라는 독재 국가"라고 지적하며, 사법부의 독립성과 삼권분립 원칙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음을 우려하였다.
일각에서는 "우리는 선진 민주주의 국가다", "제도적 장치가 견고하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의회에서의 압도적 다수가 확보되면 어떤 제도도 '합법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은 여러 국가의 사례에서 증명되었다. 헝가리의 오르반 정부나 터키의 에르도안 정부 사례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민주주의가 약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의 경우 국회의원 300석 중 180석, 190석과 같은 압도적 다수가 확보되면 개헌을 제외한 거의 모든 법률 개정이 가능하다. 이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다수의 힘으로 소수의 견제 기능을 무력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2020년 이후 언론중재법 개정 시도, 방송법 개정 등 미디어 관련 법안들의 변화 과정을 보면, 다수의 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정권의 문제가 아닌, 시스템 자체의 취약점을 보여준다.
진짜 위험한 건 '폭력적 독재'가 아니다. 국민이 자유를 원하지 않을 때, 독재는 더 쉽고 더 오래간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위장된 위기를 직시하고, 실질적 언론의 자유와 법치의 회복을 위한 시민의식의 각성이다.
세계민주주의지수(Democracy Index)에서 한국은 '결함 있는 민주주의(flawed democracy)'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2023년 기준 23위로,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에 비해 언론 자유와 정치 문화 부분에서 취약점을 보인다. 이 지표는 우리가 민주주의를 더욱 발전시켜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중국은 국민의 침묵 위에 서 있고, 많은 국가들은 '선동된 대중의 동의' 위에 서 있다. 그 끝은 똑같다.
이 글은 현 정치상황에 대한 필자의 해석이지만, 제시된 사례와 통계는 검증 가능한 사실에 기반하고 있다. 우리 민주주의의 질적 향상을 위한 비판적 성찰로 읽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