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는 뭐랄까, 좀 있어 보이는 책들을 좋아했던 것 같다. 문장은 이렇게 써야 하고, 메시지는 이렇게 던져야 하고, 책도 예뻐야 하고 사람도 품위가 있어야 하고.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취향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요즘은 애쓰지 않은 것들이 좋다. 채 하지 않고, 멋져 보이려고 하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겪은 그대로 생각한 그대로 쓴 것들. 멋진 작가가 아니라도 괜찮고 거대한 일을 해낸 사람이 아니어도 좋다. 그냥 그대로인 것들을 사랑해.
나는 그대로인 사람이었을까? 끙끙대고 애를 쓰는 사람에 가깝지 않았을까? 내가 세워놓은 기준에 나를 맞추려고 몇 겹의 자기 검열 레이어를 쌓아놓았다. 그렇게 썼으니 그렇게 살았을 것이다. 자신이 없었달까, 늘 모자란다고 생각했달까. 돌이켜보면 스스로 참 작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산책하다 만난 고양이들 +_+
어디선가 '팬이에요' 말해주는 사람을 만나면 마음 찡하게 고마우면서도 돌아서면 의아해했다. EBS나 KBS 같은 방송국에서 섭외가 왔을 때도 꼭 물어봤다. "그런데 왜 저한테 전화를 주셨어요?" 유튜브에 올릴 영상을 찍을 때도 자신이 있어서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그거야말로 지금 해야 하는,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피할 수 없는 수단이었기 때문에 부딪치 듯했던 것이었다.
마흔이 되었는데도 매일매일 스스로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바라보고 알아채면서 도대체 나는 어떤 사람인지 채로 거르듯 알게 된다. 아무것도 모르고, 이제야 알아가고, 배울 것도 호기심도 너무 많아서 어쩔 줄 모르는 채 미래는 까마득하다.
옛날에 누가 마흔이라고 하면 어른 같았는데, 지금은 그게 꼭 그런 건 아니라는 것만은 내가 잘 안다. 애쓰지 말아야지. 누가 '팬이에요' 그러면 한껏 기뻐하면서 '감사해요!' 말해야지. 기회가 오면 뿌듯하게 최선을 다해야지. 지금 그대로인 사람으로, 아무것도 감추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