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가을 야구장에 가 보셨나요?

야구인에게는 가장 쓸쓸한 계절

by 마할로

이맘때가 되면 야구팬은 헛헛해진다. 가을이 왔기 때문이다. '가을야구' 진출 여부와 관계없이 시즌의 마지막이 다가왔기 때문에 모든 야구팬의 마음에는 아쉬움이 한 송이씩 피어오른다. 아쉬움을 달래주기라도 하려는 듯 야구단에서는 여러 이벤트들을 만들어서 관객들을 불러모은다. 그래서 이맘쯤 야구장에 가면, 매일매일 TV 앞에서 찡그리고 있던 야구팬들의 인상도 한결 누그러져 있다. 선선한 바람이 시원하게 부니 기분도 좋다. 떨어지는 공에 붕붕 돌리던 빠따들의 선풍기 바람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시원하고 기분이 좋은 것이다. 가을야구 탈락을 확정지은 이후인데도 기분이 괜찮다니... 날씨는 인간의 감정에 정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야구팬들이 1위 팀 팬, 10위 팀 팬 가릴 것 없이 화를 내는 이유는 야구가 무더운 여름 내내 하기 때문인 걸까?


가을이라는 계절은 그냥 그 자체로 야구팬들에게는 남다른 의미이기도 하다. '가을야구'가 있기 때문이다. 야구는 1년에 한 팀이 144경기나 하는데, 이 144경기의 성적으로 '가을야구'라는 것을 한다. 가을야구에는 10팀 중에 5팀이 간다. 경쟁률이 2:1이라고 하면 다들 쉬운 줄 아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나같이 50% 정규직 전환형 인턴십을 마치고 빈손으로 집으로 돌아와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50%라는 숫자가 그냥 한 순간의 OX 퀴즈처럼 운으로 결정되는 것이었다면 쉽다 생각할 수도 있을 테지만 그런 게 아니니 말이다. 가을야구 진출 여부는 144일 동안 서너 시간씩 쌓은 작은 차이들이 만들어내는 것인데, 쉬울 리가....


그래서 사실 가을야구 못 간다고 한두 경기 차이로 순위가 밀렸다고 아쉬워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다. 한순간 한순간을, 봄에 연패했던 몇 경기가, 우중간을 가르는 줄 알았는데 아쉽게 잡힌 타구 하나가 아쉬울 수는 있다. 그게 인지상정이니까. 그래도 웃으면서 그런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는 것은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올해 아쉬웠던 몇몇 조각들을 내년에는 채워 넣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생이 언제든 계속될 것처럼 여기면서 내년엔 더 자주 기분 좋게 만나자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기약 없는 약속을 하듯이....


그런데 정말 그런가? 마음속 깊은 곳에는 내년을 기약할 수 없는 것도 있음을 야구팬들은 안다. 어쩔 수 없는, 피할 수 없는 이별이 꼭 찾아온다. 매년 새로운 얼굴들이 팀에 합류한다. 꼭 그만큼 팀을 떠나는 선수들이 있다. 다른 팀으로 떠나서 새로운 옷을 입고 뛰는 선수들은 그나마 낫다. 어떻게든 응원할 방법은 찾으면 되니까. 그렇지만 영영 필드를 떠나는 선수들은, 그들에게 더 해 주지 못한 응원과 사랑이 마음에 얹혀 꼭 체할 것 같다. 영영 은퇴하는 선수들도 있다. 롯데 자이언츠의 이대호, KIA 타이거즈의 나지완. 이렇게 이별을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경우도 그나마 낫다. 부지불식간에 은퇴 소식을 전해 오는 선수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매년 찾아오는 가을이 야속한 이유다.


그래서 헛헛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채우고, 이 마음을 기억해 두려고 글을 쓰기로 했다. 야구를 보면서 가졌던 마음들을 새겨두면 어딘가에는 남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다음에 찾아오는 마음이 오늘 가졌던 마음을 완벽하게 갈아치우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