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Time to Clear Away the Silence Ben
우리는 일상 속에서 종종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들을 마주한다. 공공장소에서 아무렇지 않게 무례한 행동을 하는 사람, 공동의 공간을 마치 자신의 영역처럼 사용하는 사람, 타인의 불편에는 둔감하면서도 자신의 작은 불편에는 크게 반응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모습들을 볼 때 사람들은 흔히 “요즘 왜 이렇게 염치없는 사람이 많아졌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예의의 문제라기보다 인간의 내면과 깊이 연결된 자각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자각이란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다. 내가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그 말이 상대에게 어떤 감정을 남기는지, 내가 하는 행동이 공동체 속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스스로 알아차리는 힘이다. 인간이 자신의 내면에 조용한 거울 하나를 세워두는 일과도 같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이 거울을 자주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빠른 속도와 즉각적인 반응이 지배하는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깊이 생각할 시간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쏟아지는 짧은 정보와 자극적인 의견들 속에서 우리는 반응은 빨라졌지만 성찰은 점점 얕아졌다. 생각의 시간, 멈춤의 시간,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들이 줄어들수록 자각 역시 서서히 침묵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자주 드러나는 인간의 모습이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내로남불’이다. 자신의 행동에는 관대하고 타인의 행동에는 엄격해지는 태도다. 내가 늦으면 “차가 막혀서 어쩔 수 없었다”라고 설명하지만, 다른 사람이 늦으면 “저 사람은 원래 성실하지 못하다”라고 판단한다. 내가 실수하면 상황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타인이 실수하면 그 사람의 성격 때문이라고 단정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인지 편향의 한 형태로 설명한다. 인지 편향이란 인간이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보다 자신의 입장과 감정에 유리하게 해석하려는 심리적 경향을 말한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자기 편향(Self-serving bias)과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다. 사람은 자신의 행동은 상황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도 타인의 행동은 그 사람의 성격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우리의 인식은 생각보다 쉽게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기울어진다.
문제는 이러한 편향이 강해질수록 사람은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자신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자신의 말과 행동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지 알아차리기 어려워진다. 결국 자각이 사라진 자리에는 무감각함이 남는다. 그리고 그 무감각함은 관계 속에서 작은 균열들을 만들어낸다.
자각은 단순히 생각이 많은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을 비난하기 위한 도구도 아니다. 오히려 인간이 자신의 방향을 조정하기 위해 필요한 내면의 나침반과 같은 것이다. 내가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때때로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순간 자각은 시작된다.
흥미로운 점은 오늘날 사회에서 ‘성찰’, ‘마음 챙김’, ‘자기 인식’ 같은 단어들이 점점 더 강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이 곧 사람들이 더 자각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증거는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자각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의 중요성이 더욱 크게 이야기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가 회복해야 할 것은 거창한 철학이나 어려운 이론이 아닐지도 모른다. 단지 아주 작은 질문 하나일 것이다. 내가 지금 하는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내가 지금 하는 행동이 공동의 공간을 조금 어지럽히고 있지는 않을까. 내가 느끼는 불편함만큼 다른 사람도 불편함을 느끼고 있지는 않을까.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을 때 자각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순간, 오랫동안 조용히 덮여 있던 우리의 내면의 침묵도 서서히 걷히기 시작한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나 더 빠른 판단이 아니라 자신을 바라보는 잠깐의 멈춤일지도 모른다. 그 짧은 멈춤 속에서 인간은 다시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하며, 관계를 조금 더 따뜻한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거창하지 않다. 단지 오랫동안 덮여 있던 그 침묵을 조용히 걷어내는 일이다.
자각의 침묵, 이제는 거두어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