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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Mar 15. 2019

진급에 떨어졌을 때 셀프 위로 방법

'지금이 바로 직장인 정신을 발휘해야 할 때'


매년 진급 시즌은 어김없이 돌아온다. 희비가 교차하는 순간의 미묘한 분위기는 참 야릇하다. 입사 후 진급은 두 번밖에 했지만, 매년 씁쓸했던 기억과 행복했던 기억이 교차한다. 남다르게 승승장구하는 소수를 제외하고 많은 직장인이 비슷한 감정을 느낄 것이다. 한 회사에 다니는 CC, 남편은 진급 성공, 아내는 미끄러진 상황. 미소라도 보이면 "좋냐?"라고 쏘아붙이는 아내 때문에 마음껏 좋아하지 못했다는 후문을 들었다.

 

진급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저마다 다르고, 받아들이는 마음가짐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이는 시름시름 앓다 털어내는 독감과 같다. 아픈 자신을 너무 자책하면 회복이 더딜 뿐이다. 주변 선후배, 동료 그리고 내 모습을 제삼자의 입장에서 물끄러미 바라봤다. 쓰라린 경험을 떠올리며 감정을 이입했다. 진급에 미끄러졌을 때 스스로를 위로할 방법을 몇 가지 생각해 봤다.

 

 

1. 실력이 아니라니까

 

"나 진짜 밤낮 안 가리고 열심히 했는데..." 그래서 더 민망하고 기분이 상하는 것이다. 열심히 하는 것과 잘하는 건 분명 다르지만, 진급은 꼭 실력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대리 진급에서 떨어졌을 때 팀장이 불렀다. "나이도 있고, 일도 열심히 잘하는 거 다 안다" 하지만 결론은 '떨어졌다'였다. '뭐지? 앞 뒤가 안 맞잖아'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한 기업 인사담당자가 직원들 승진 누락 이유를 업무 능력 부족(49.6%)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는 팀의 공식적인 각본일 뿐이다. 아닌 경우를 우리는 많이 봐 왔다. 능력 부족보다는 "회사마다, 팀마다, 사람에 따라 다 보이지 않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편이 더 설득력 있을 것이다.

 

임원, 부장급을 제외하고 그 미만 직급의 진급은 실력보다는 복합적인 변수가 뒤섞인 결정체일 가능성이 높다. '아니 저런 사람이 어떻게 저 자리까지 올라갔지?' 존재 자체가 의아한 사람은 이딜가나 꼭 있기 때문. 진급은 실력과 노력을 동반한 간절함만으로 이룰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에 일희일비하며 스스로 멘탈을 너무 탈탈 털면 곤란하다. 제자리를 찾기 어려워질 수 있다. 직장인에게는 회복 탄력성이 중요하다. 얼마나 잘 견디고 있는지 위에서 다 실눈 뜨고 지켜보고 있다. 내년을 기약하자. 당신이라면 충분히 가능성 있다.

 

 

2. 타이밍과 운발에 무릎 꿇지 마

 

진급에 있어 타이밍은 매우 중요한 변수다. 한마디로 승진은 운이라고도 할 수 있다.

 

친구가 일하는 대기업에는 차장 승진율이 30퍼센트로 정해져 있다고 한다. 각 팀별, 부문별 진급 대상자 수는 매년 오르락내리락 달라진다. 경쟁자가 적을수록 유리한 건 당연지사. 한 부문, 한 팀에서 동기끼리 경쟁을 벌이다 희미가 엇갈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덕분에 끈끈했던 동기 사이가 멀어지기도 한다. 한두 번씩 물먹은 재수생들이 앞을 가로막는 경우도 피할 수 없다. 부득이하게 앞차를 먼저 보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양보하기 싫고 쌩~ 달려 나가고 싶지만 조직이란 곳은 원치 않는 양보를 은근슬쩍 강요하는 곳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경쟁자가 많아 밀렸다면 운이 없는 것이지 실력은 그다음 문제다. 경쟁자 중에서도 회사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팀의 일원이 진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내가 그 팀이 아닌 걸 개탄스러워해 봤자 소용없다. 타이밍이 안 맞고, 단지 운 없는 것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 당신이라면 금방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다.

 

 

3. 분노를 시간에 내어주자

 

진급에 유독 예민할 때가 있다. 누락되면 억울하고 분하고 치욕스럽다. '저놈도 하는 걸, 내가?'라며 자괴감에 빠지는 일은 흔하디 흔한 사내 드라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마음가짐이 조금씩 바뀐다. 둔해진다고 할까. 요즘 직장인들, 이른 명예퇴직, 희망퇴직 등으로 회사에 머물 수 있는 기간이 점점 줄어든다. 때문에 많은 사람이 '가늘고 길게'라는 전략을 마음속에 품고 살아간다. 너무 빨리 올라가면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 대기업에서 임원 될 확률 0.87%, 여성 임원 비율 0.06%라는 수치는 묵직한 씁쓸함과 홀가분함을 동시에 머금고 있다. 대다수 직장인이 젊을 때는 참 급한데, 나이가 들수록 진급에 여유를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직급 연한이 있는 회사도 많기 때문에 한 직급에 너무 오래 머무르면 안 되겠지만, 고작 1, 2년에 휘청거리지 말. 0.87%라는 숫자를 기억한다면 욕심을 쉽게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4. 내려놓음의 미학, 표정 관리

 

진급하지 못했을 때 감정을 숨기는 것도 능력이다. "제가 왜 A를 못 받았고, 진급하지 못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라며 눈물 흘리는 부하 직원을 보면 상사 기분이 어떨까. 진급에서 미끄러졌다고 올해는 일을 열심히 안 할 거라며 치기 부리는 팀원을 상사가 너그럽게 이해할 수 있을까.


우연히 회사 산행에서 후배들이 나누는 얘기를 들었다. 과장 진급에 누락된 한 후배, "X발 태어나서 떨어져 본 건 이번이 처음이네"라는 과한 발언을 했다. 팀장이나 임원이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희미하게라도 그 말을 들은 주변의 선후배는 씁쓸한 기분을 쉬이 삼키지 못했을 것이다.

 

조금만 생각하고 여유를 두면 감정에 쉽게 휘둘리지 않는다. 회사의 레이더망은 여기저기서 최대한으로 풀가동되고 있다. 인사팀 스파이가 바로 내 옆자리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대놓고 감정을 드러내면 이는 향후 '인성이 안 좋음'이라는 엉뚱한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 1, 2년 후를 한 번이라도 떠올려 봤다면 후회를 부를 섣부른 행동은 자제하게 될 것이다. 

 



직장인에게 임금 인상과 성과급 그리고 진급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일에 빠져 능력을 인정받고 성취감과 보람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보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국 허무함만 넘칠 것이다. 돈과 자존 직결된 만큼 진급은 직장인에게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이미 배포된 승진 티켓을 받지 못했다고 지나치게 분노하지는 말자. 그보다 다음 티켓을 손에 쥐기 위한 레이스를 준비하는 것, 바로 현명한 직장인 정신이다.


신은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단지 타이밍이 좋지 않았고, 운이 없었을 뿐이다. 무거운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미래의 시간 속으로 다시 내달리자. 버티는 게 결국 이기는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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