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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Aug 05. 2019

인사도 취사선택의 시대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분명한 간극'


온종일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오다가다 선후배들과 자주 마주칩니다. 저는 10여 년 넘게 한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사람들과 마주칠 때 느끼는 정겨움이 점점 줄어드는 느낌을 받습니다. 직장생활에서 정겨움 운운하는 게 왠지 어울리지 않지만, 제가 말하는 '정겨움'은 서로 마주쳤을 때 눈 빛을 주고받는 가벼운 '인사'입니다.


  인사는 상대가 반응할 때 더욱 빛을 발합니다. 그런데 시대가 각박하게 변해가는 만큼 그 흔하디 흔한 인사도 조금씩 인색해지는 것 같습니다. 쌍방 간 여유롭고 넉넉한 미소와 반가운 눈 빛으로 주고받는 인사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죠.


  "회사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에게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해요."


  입사했을 때 같은 팀 선배가 이 같은 말을 해주었습니다. 생글생글 기분 좋은 인상을 한 선배의 따듯한 조언이었죠. 사실 인사는 회사에 와서 배우는 기본기가 아닙니다. 어린 시절부터 축적돼 자동으로 발사되는 자동반사 개념이 강하죠. 마주치는 자극(사람)에 자동으로 취하는 반응이니까요. 선배에게, 후배에게 인사를 하고 투명인간 취급받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못 봤을 수도 있지'라는 생각에 그러려니 하면서도 기분은 그다지 좋지 않아요. 상대가 후배의 경우는 더욱더 그렇죠. 그중에서도 인사를 취사선택하는 사람인 경우에는 더더욱.



  학창 시절 인사 안 한다고 선배한테 끌려간 적이 있어요. 인사 잘하는 저와 달리 인사에 인색한 누나는 동네 아줌마들한테 괜한 미움기도 했죠. 군대에서도 인사는 기본 덕목입니다. 그런데 사회에서 어릴 때부터 갈고닦는 인사라는 예절을 다 큰 성인에게 교육하는 것도 우스운 일입니다. 십여 년 전에 한 팀장님께 들은 말이 있습니다.


  "요즘 얼굴 모르는 애들이 많이 보이는데 인사하는 애들은 몇 없더라. 후배들 좀 잘 챙겨라."


  세월이 흐르니까 제가 그 당시 팀장님과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됐네요. 꼰대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요즘 젊은이들 모습이 잘못됐다는 말도 아닙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른 삭막함이 조금 안타깝게 느껴질 뿐이죠. 저는 인사를 잘하는 편입니다. 어려서부터의 습관입니다. 그렇다고 후배들을 붙잡고 인사하라고 절대 강요하지 않습니다. 강요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이고, 다 큰 성인이니 알아서 판단할 일이죠.


  대한상공회의소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최근 300개 국내 기업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괴롭힘의 주요 원인으로 꼽은 내용 중 압도적인 1위는 직장예절이나 개인 시간 등에 대한 세대 간 인식 차이였습니다. 기성세대에게 너무 당연한 예절이 젊은 세대의 기준과 사뭇 다르다는 거죠.  간극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너 요즘 선배 기자들 만나면 인사 안 하지? 화장실 복도 이런 데서 다른 부서 선배 기자들 만날 때마다 인사해?"라는 부장의 질문에 수습기자는 "그런 곳에서는 수시로 마주치는데, 인사해야 되는 거예요?"라고 담담하게 대답합니다.


  기자들 이야기를 다룬 영화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예절에 대한 개념도 변하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에게 인사는 본인 취향에 따라 취사선택하는 메뉴가 되었어요. 예절에 대한 본인의 기준에 따라 원하면 할 수도 있고,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인 거죠.


  이 같은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씁쓸한 여운 남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배운 인사는 윗사람에 대한 공경을 넘어 개개인의 위치를 확인하는 행위였죠. 권력자나 강한 사람에게 더욱 깍듯했으니까요. 시대가 변하면서 이런 일련의 서열이 약해지고 생략되면서 인사도 점점 줄어드는 게 아닐까 싶네요. 내가 당장 저 사람에게 인사를 하지 않아도 손해보지 않는다면 굳이 인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거죠. 그래서 인사의 취사선택이 확산되고 있는지 모릅니다.


  아침마다 회사 셔틀버스를 이용해요. 버스를 탈 때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건네고, 내릴 때  "감사합니다"라고 합니다. 대부분 기사님의 기분 좋은 화답을 받죠. 그런데 의외로 기사님께 인사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따듯한 인사 한마디가 상대의 기분을 유쾌하게 해 준다는 걸 알면서도 말입니다. 피곤한 출퇴근 길에 굳이 인사를 안 해도 손해 볼 게 없을 테니까요.


  그래도 누군가 먼저 인사를 건넨다면 무표정하게 고개만 까딱이지 말고 가벼운 미소로 화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차가운 세상에서 인사라는 정겨움이 조금은 더 지속되는 자양분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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