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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Aug 07. 2019

악역 스카에게 느끼는 묘한 동질감

"나는 욕망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내가 인생의 주인공이라 여기며 살고 싶었습니다. 언제나 주인공이 되고 싶었고 주인공이 될 줄 알았어요.


  물론 꿈을 깬 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난 내 인생의 주인공이다'라고 외치며 살아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가슴을 짓누릅니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에서 오는 영원한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덜 상처 받고 덜 아프게 사는 방법일 테니까.


  아이들과 영화 <라이온 킹>을 봤어요. 실사를 완벽하게 구현했다는 한 가지만으로도 감동 넘치는 영화니다. 더불어 아름다운 밀림의 모습을 통해 아이들의 동심을 더욱 공고히 해줌과 동시에 권선징악의 교훈까지 심어주는 영화.


  영화에는 비열하고 탐욕스러운 아웃사이더 사자 스카가 등장합니다. 영화의 매끄러운 전개를 재촉하는 묵직한 악역이. 아울러 무파사와 심바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존재기도 합니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빛나는 주인공보다 불쌍한 조연에 시선이 쏠렸어요. 어릴 적(1994년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에는 느낄 수 없었던 현실적인 씁쓸함이 스멀스멀 올라왔다고나 할까요. 스카에 대한 연민, 동병상련의 처지에서 오는 동질감 거 같습니다.


  사자는 무리 지어 살지만 가장 강한 수컷이 다수의 암컷을 거느립니다. 자연의 섭리. 이 자연의 순리는 냉혹한 현실과 순식간에 테더링 되었습니다. 무한 경쟁에 내몰린 우리의 삶. 이기면 많은 것을 갖고 그렇지 못하면 덜 갖거나 아무것도 쥘 수 없는 뾰족한 인생 말입니다.


  "나 진급 못 해도 상관은 없었는데, 솔직히 H 혼자만 진급하는 일은 없길 바랐어."


  선배는 경쟁에서 후배에게 밀렸습니다. 팀장 자리는 하나였. 후배는 팀장이 됐고 많은 것을 쥐었어요. 이 얘기를 듣는 순간 가족(형)한테, 조카한테 밀린 외로운 사자 스카가 떠올랐습니다. 스카가 노력을 했다거나 공정한 기회를 부정하게 박탈당했다는 말은 물론 아닙니다. 다만 경쟁자에게 밀려난 그 헛헛한 마음, 뒷방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야심 차게 시작한 직장생활이지만, 동기에게, 후배에게 치이고, 공채에 밀리고, 핵심 인재에게 열등감을 느끼면서 갈팡질팡 정신을 못 차립니다. 좌절과 자괴감이 펄펄 끓어 넘쳐 분노가 되는 일상이 반복됩니다.


 

   스카처럼 일을 낼 수 없는 현실이기에 우리는 타인이 아닌 자신을 채찍질하며 스스로 상처 주는 일을 되풀이합니다. '이런 끔찍한 상황에서 아무리 내가 주인공이라고 외쳐봐야 무슨 소용?'이라고 여기면서 말이죠. 마음속으로 읊조리던 '하쿠나 마타타'(걱정이나 근심은 모두 떨쳐버려)부지불식간 사라져 버립니다. 그런데 반드시 기억할 것이 있습니다.


  '언제나 우리는 일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살아가기에 내가 주인공이라는 사실 부인할 수 없다는 것'


  일인칭 주인공 시점은 소설 속에서 '나'라는 주인공이 생각하고 행동한 것을 자신의 입장에서 서술하요. 바로 우리의 삶인 거죠. 그리고  세상에 문제없는 주인공 보신 적 있습니까? 한데 우리는 왜 주인공 역할을 고도 주변의 조연에게 휘둘리는 삶을 살까. 그들 때문에 주인공인 내가 상처 받는 건 너무 억울한 일 아닌가요. 주연 역할을 포기하는 건 더더욱 있어서는 안 될 일이고. 스카처럼 무모한 일을 벌 안 되겠지만, 초라한 현실에 굴하지 않는 현실 자각은 필요합니다.


  이쯤 되니 스카에게 배워야 할 점이 보이지 않나요? 그건 바로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입니다. 하지만 스카의 욕망은 비열과 탐욕으로 점철됐기에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습니다. 현실 속 우리는 이를 열정과 욕심으로 둔갑시켜 발전의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네덜란드의 철학자 스피노자는 "나는 욕망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했습니다. 욕망을 억제한다면 우리는 점점 더 무기력해질 것입니다. 욕망을 분출시키면서 좀 더 발전적인 나를 찾고 내 존재를 자각하게 되는 거죠. 나를 완성시키는 욕망은 누구에게나 필요합니다.


  앞서 말한 선배는 욕망을 발판 삼아 과거의 일 패를 털어버리고 미의 승리를 위해 달리고 있습니다. 기회가 왔을 때 확실하게 움켜쥐려면, 스카처럼 무너지지 않으려면 주인공으로 무대에 설 준비를 해야 할 테니까요.


  결국 삶이란 자신에게 계속해서 내어줄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욕망이든, 악이든, 깡이든, 여유든, 실력이든, 노력이든 끊임없는 과정을 거치며 자신의 삶을 완성해 나야 하니까요.


  모두가 '하쿠나 마타타'를 외치며 살고 싶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때문에 우리는 주인공이라면 결코 피할 수 없는 각양각색의 문제를 인정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자꾸 겪어야 합니다. 그래야 조금씩 단단해지고 자신에게도 점점 더 떳떳해질 수 있을 테니까요.


  ※ 하쿠나 마타타(스와힐리어: Hakuna matata) 말 그대로 옮기면 "문제없다"라는 뜻. 영화 <라이온 킹> 대사로 유명해 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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