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당 글은 개인 블로그에도 동일하게 업로드 되어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r123k120)
아주 놀라운 해가 저물고 있다. 작년 말미의 기록에서 'Journey is the Reward'라는 표현을 했는데 2025년의 여정 역시 나의 삶에서 의미가 크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삶에서 갈망해왔던 '자유'의 영역에 도달했고, 막상 그곳에 닿으니 또다른 중요한 이정표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인연들에 깊은 감사를 느낀 한 해였다.
올해는 내 주위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듯하다. 매일 반복되는 삶처럼 보이지만 그 중심이 타자보다는 좀 더 '자신'에게 옮겨져 있음을 느낄 수 있고, 자본이 선사한 풍요가 주변의 일상에 스며드는 것을 지켜보는 일 또한 큰 기쁨이었다. 함께 공부하며 서로의 성취를 돕고, 나 또한 투자로 말미암아 삶의 큰 변화를 체감했으니 더 바랄 게 없는 한 해가 아닐까 한다.
자본을 지나치게 숭앙하거나, 반대로 도외시할 이유도 없지만 사실 돈이 삶의 대부분의 문제들을 해결해 주기도 한다. 우리는 그 사실을 알기에 투자를 잘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다. 한편, 자본에 대한 욕망은 짙은 소금기가 있어 '충분한 돈'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기에, 늘 스스로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하는 것 같다.
지난 상반기 회고 글에도 적어보았지만 '우연'에 대한 생각을 무척 많이 하고 있다. 우연히 접한 한마디의 통찰이나 울림이 투자의 선택을 좌우하고, 인생의 큰 줄기를 바꾸기도 하는데, 결국에 이러한 Luck 만나기 위해서는 우연의 충분한 누적이 필수적인듯하다. 즉, 우연이 인생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려면 기본적으로 모수(exposure)가 늘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음을 열고 여러 기회를 수용하며, 자연스러움 속에서 이를 받아들일 내면의 창을 열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25.상반기 회고 글)
https://blog.naver.com/r123k120/223916981750
○ 달라지는 물성
투자로 수익이 나기 시작한 2023년부터, 감사하게도 연 수익률은 매년 우상향 했다. 하지만 변화된 자본의 물성에 의해, 현저히 달라지는 난이도를 체감하고 있다. 새로운 물성을 다루기 위해 전략과 철학, 메타인지,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지탱할 신체 역량이 고루 발전하지 않으면 '성장의 기울기'는 지속될 수 없음을 느낀다. 하기의 동료 글에서 큰 영감을 받았는데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명문이다. 아직 접하지 못한 투자자가 있다면 꼭 읽어 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ttps://blog.naver.com/haines/223837750585(250417 규모에 따라 달라지는 성질, scale-up에 대하여)
○ 정규분포, 그리고 '돌파'
학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더 이상 직장인이 아님에도 MBA에 지원한 이유는, 나의 투자와 사회 경험을 ‘리버스 엔지니어링’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복잡한 시스템을 해체해 원리를 파악하듯 그간 얻은 실무적 경험을 학문적 원리와 연결하고, 이를 다시 내 환경에 적용하는 상호 피드백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현재진행형인 이 과정에서 분명하게 느끼는 점이 하나 있다. 실제로 세상 대부분의 것들이 정규분포를 따른다는 사실이다. 이는 실상 대다수의 인간이 '적당함'에 적응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적당함의 정의는 자의적일 수 있으나, 대부분의 사람은 실제로 적당히 불편한 일을 감수하고 또 적당한 방식으로 열심히 살아간다. 이것이 소위 '평균적인 삶'의 모습이다. 적당함과 평균이라는 동어반복 속에서 인간 군상은 오롯한 정규분포를 이룬다. 결국 평균을 벗어나는 삶은 구조적으로 희소할 수밖에 없다.
나이 마흔이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삼십 대 중반인 나에게 올해는 마침 대학을 졸업한 지 10년 차가 되는 해였다. 동료들 대부분 출발선은 비슷했지만 뾰족한 재능과 밀도 있는 노력, 그리고 운의 작용 속에서 이제 각자의 삶은 벨커브 위에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을 것이다.
평균이라는 강력한 중력을 뿌리치고 극기와 돌파를 경험해 본 이들은 빼곡히 밀집된 중심부에 머물지 않고 한산한 여백과 더불어, 어쩌면 아주 새로운 영역의 풍경을 마주하고 있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 '대한민국'에 대한 낙관론
언젠가 내가 태어나고 자란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해 한 번쯤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 어쩌면 꽤 오랜 기간, 미디어의 저명한 인사들과 내 주위 지성인 대부분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우려하는 듯하다. 신기하리만치 공통된 시각으로 이 나라의 암울한 미래를 전망한다는 점이 흥미로운데, 역설적으로 나는 이를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고 본다.
사실 나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여전히 밝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어떠한 문제에 직면했는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으며,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역량이 충분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작금의 대한민국에 대한 우려는 크게 'AI Transition'과 '인구 감소' 이슈에 기인하는 듯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두 가지 모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AI 혁명을 미국과 중국, 양강 체제가 주도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과거의 산업적 Transition을 돌이켜보면, 본래 소수의 강국이 변화를 주도하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그 헤게모니 안에서 개별 국가가 얼마나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상대 강도'의 문제일 것이다. 냉정히 말해, 과거 언제라도 한번 대한민국이 세계의 중심에서 변혁을 주도해 본 적이 있었던가?
한편 현재 대한민국은 미국의 AI 패권 점유를 위해 필요한 아주 많은, 때로는 필수불가결한 전략 자산을 보유한 국가다. 메모리 반도체, 원자력, 조선, 2차전지(ESS), 전력설비 등 AI 인프라의 핵심 산업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필수 부품단(로보틱스 등)의 제조 완충지대 역할까지 고려한다면, 미국이 가장 필요한 파트너 국가는 다름 아닌 대한민국이다.
패배주의나 기우, 이념이나 당파로 흐려진 눈을 씻어내고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객관적으로 AI 시대에서 극 상위권의 포지셔닝을 차지할 나라임이 분명해 보인다. 적어도 현시점의 Fact와 통계는 그렇다고 말하고 있다. (당신은 아래 국가 중 어느 나라의 국민이고 싶은가?)
https://themaintimes.com/news/view.php?idx=2929 (세계 강대국 순위, 한국은 몇 위? … 한국, U.S. News ‘2025 세계 파워’)
이러한 경쟁 속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각국의 확장적 재정, 통화정책은 선택이 아닌 국가적 생존의 문제이다. 다행히도 대한민국에는 상대적으로 아주 튼튼한 체력이 남아있다는 것이 숫자가 나타내는 진실이다. 최근 KK님이 올려주신 훌륭한 분석에서 보다시피 우리나라의 M2 증가율은 여전히 타 국가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우리가 주시해야 것은 확장적 재정지출 그 자체가 아니라, 'ROE > k(Cost of equity)'의 지향점이 가능하도록 민관의 유기적인 협력체계가 잘 이뤄지는지가 될 것이다.
잠시 주식시장 이야기로 돌아오면, 나는 올해 시종일관 국내 시장의 Outperform을 예상했고 2026년 역시도 마찬가지 의견을 견지하고 있다. 기업들의 이익 창출 능력과 증시 구조 개혁이 맞물리며 코스피는 자연스레 5천p, 그 너머를 바라보기에도 충분하다고 본다.
한 나라의 주식시장이 경제를 선반영한다는 명제를 믿는 투자자라면, 국내 시장의 연속적인 강세를 목도하면서도 여전히 국가의 쇠퇴론을 반복하는 것은 그 자체가 자가당착임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를 가장 가혹하게 평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https://blog.naver.com/jeunkim/224126646901 (한국 경제와 주식시장의 강력한 성장 동력: 산업 혁신, 기업 개혁, 글로벌 경쟁력)
○ 인구 감소의 역설, 그리고 새로운 '생산 함수'
아울러 AI 시대에서 인구 감소 문제는 중요하지 않거나,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전통적인 경제 메커니즘과 작동 원리는 AI 시대의 도래에 따라 무력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따라서 경제학에서 배우는 자본과 노동이 이루는 생산 함수 f(K,L)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향후 로보틱스 기술이 대부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 분명해 보이고, 이때 Labor(≒인구)의 과잉은 오히려 대량 실직과 복지 수혜 대상의 증가, 계급 갈등 심화 등으로 사회 혼란을 야기할 리스크를 키운다. 그러므로 새로이 창출될 사회경제적 효율 함수에서는 특정 임계치를 넘어서는 L은 오히려 음의 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AI 최전선에 있는 Guru들이 입을 모아 '기본 소득'을 말하는 데에는 이유와 논리가 있을 것인데, 심지어 이제는 대척점에 있는 트럼프조차 기본 배당 소득에 대해 이야기할 정도이다. 다가오는 미래, AI 기술 보급 확산에 따라 Bullshit Job들은 빠르게 소거되고, 노동 가능 잉여 인구는 넘쳐날 것이라 예상한다.
따라서 AI 시대의 경제 생산성 함수는 f(K, I)로 재정의해 보고 싶다. 여기서 (I)ntelligence는 단순한 지능을 넘어 종합적인 AI 역량, 집단지성, 그리고 새로운 시대를 이끄는 철학을 포괄하는 복합적인 개념이 될 것이다.
나는 AI 시대에서 아주 새로운 종류의, 또한 일견 모순되는 가치들을 조화롭게 엮어낼 새로운 정치철학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아래 팔란티어의 창업자 피터틸 관련 피드를 읽어본다면 이러한 역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출처 : https://t.me/bzcftel/4974
(당연히 이런 밀레니얼 세대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체포하고 처단해서 될 일은 아닐 것이다..)
대학해서 철학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가장 위대한 AI Tech 기업을 만들어 낸 피터틸은 강경한 보수주의자이다. 이러한 인물이 이러한 주장을 펼치는 것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결국 자본주의와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이게도 그 대척점에 있어 우리가 등한시해왔던 가치(e.g. 기본소득, 복지)들을 과감히 포용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AI로 인해 사회 양극화는 더욱이 심화되고 있어, 롤스적(Rawlsian) 접근, 즉 분배적 정의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고찰 없이는 다가올 시대의 혼란을 예방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난제를 풀기 위해 정치의 역할은 필수적이며, 변화된 세상의 규범이나 지침을 제시하는 정치철학(Political Philosophy)이 2026년의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가 되리라 본다. 나는 이러한 흐름에 대해 보다 깊이 있게 공부해 나가고, 나아가 이 사회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고자 한다.
아울러 모든 것이 자동화되는 세상에서 오직 나의 신체와 의지, 땀으로만 성취할 수 있는 트라이애슬론에 도전해 보려 한다. AI 시대에 신체의 강인함은 그 자체로 희소한 자산이자 강력한 Proposition이 될 것이다.
정신적 성숙, 신체 강화 이 두 가지의 조화를 통해, 2026년 말의 나는 이 시대의 변화를 마주하기에 더 적합한 인간에 한 걸음 다가서 있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