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노트4화] 호혜의 법칙 아실까요?

Give and Take

by 민이


유튜브 숏츠, 많이 보시죠? 저도 가끔 즐겨 봅니다. 시작하면 1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을 정도로, 정말 ‘킬링 타임’이 되더군요. 어느 날, 습관처럼 숏츠를 넘기다가 한 부부의 대화가 제 시선을 붙잡았습니다.

이야기는 이랬습니다. 부부 모임을 주기적으로 하는데, 모든 커플이 돌아가며 밥을 샀다고 합니다. 그런데 유독 한 커플만 계속 얻어먹기만 했다고 해요. 결국 다른 커플들이 그들과의 관계를 끊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밥을 안 샀다고 관계를 끊었다고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호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누군가 나를 도와주면, 나도 그 사람을 돕고 싶어지는 ‘상호성의 규칙’이 작동하죠. 이처럼 균형 잡힌 주고받음은 장기적인 관계를 만들고, 신뢰를 쌓게 합니다. 하지만 이 균형이 무너지면 ‘이 관계는 불공정하다’는 생각이 들고, 자연스레 거리감이 생기게 됩니다.

그 순간 ‘호혜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받으면 꼭 돌려줘야 할까?

미국 조직심리학자 애덤 그랜트(Adam Grant)는 《Give and Take》에서 인간의 행동 성향을 세 가지로 나눕니다. 기버(Giver), 테이커(Taker), 매처(Matcher). 관계와 비즈니스에서 ‘주는 방식’과 ‘받는 방식’에 따라 구분한 것이죠.

조사에 따르면 매처가 약 55~60%로 가장 많습니다. 매처는 ‘준 만큼 받으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많은 콘텐츠 기획자들은 이 심리를 잘 활용합니다. 무료 강의나 레시피를 제공하면, 매처 성향의 고객은 “이렇게 무료로 알려줬으니 신뢰하고 보답해야지”라는 마음을 갖게 되죠. 착한 기업들이 판매액 일부를 기부하거나 환경 캠페인을 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소비자가 “내 소비가 좋은 일에 기여했다”는 감정을 느끼면 장기 팬이 되기도 합니다. 겉으로는 순수한 기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브랜드 투자이자 마케팅 전략인 경우가 많습니다. 잘 설계하면 기부액의 몇 배, 많게는 수십 배의 경제적 이익을 만들기도 하죠.

반면에, 테이커는 약 15~20%로, ‘받는 것을 우선시’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관계가 단절될 위험이 큽니다. 특히 경쟁이 치열한 산업일수록 테이커의 비중이 높아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받기보다 주는 쪽에 서는 사람들은 어떨까요? 기버는 약 20~25%를 차지하며, 먼저 주려고 하고 사회의 신뢰를 지탱하는 핵심 역할을 합니다. 애덤 그랜트에 따르면 기버는 ‘최상위’와 ‘최하위’ 모두 될 수 있습니다. 성공한 기버는 전략적으로 주면서도 자신을 지키지만, 실패한 기버는 무분별하게 주다가 소진되고 맙니다.

저는 기버로 살고 싶습니다. 넉넉한 마음으로, 베풀 수 있는 부분은 바라지 않고 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고민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매처는 받으면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에, 겉으로 티는 내지 않아도 받은 것과 준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숏츠 속 부부 이야기처럼 균형이 심하게 깨진다면 마음이 닫히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그 순간 저는 괜히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주고받음이 숫자로만 계산되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래서 더치페이를 제안하거나, 받자마자 갚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깨달았습니다. 주고받음은 물질만이 아니더군요. 시간, 관심, 정서, 신뢰까지도 포함됩니다.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흐름에 맞춰 나중에 따뜻한 말이나 관심으로 돌려줄 수도 있죠.

또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원치 않는 호의를 받을 때입니다. 상대에게는 가치 있는 것일지라도, 나에겐 필요 없는 경우 말이죠. 그런데도 거절하지 못하고 받았다가 마음이 헛헛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상호성의 규칙’을 꼭 지켜야 하는 걸까, 균형이 깨질까 고민하게 됩니다.

호혜의 관계는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도 나타납니다. 양육과 보호가 효도와 정서적 지지로 이어지는 것이죠. 하지만 한쪽만 계속 주거나 받으면, 부모는 서운함을, 자식은 부담감을 느끼게 됩니다. 결국 감정이 소진되거나 죄책감이 쌓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균형은 숫자로 계산되는 게 아니더군요. 마음이 다치지 않는 선에서, 서로의 온도가 만나고 머무는 그 지점. 어쩌면 그곳이 관계의 진짜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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