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근원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 생활.
주위를 사로잡는 수많은 것들 속에서 우리는 종종 스트레스를 받는다.
잠시 멈춰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밤에만 보이는 별과 달은 낮에도 태양 곁에 있지만, 강한 햇빛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이 거대한 우주의 리듬 속에서 나 또한 함께 흘러가고 있다.
우리는 무심코 지나치는 것들을 바라볼 여유가 많지 않다. 매일을 그냥 흘려보내듯 살아가기도 한다.
지구는 약 23.5도 기울어진 채로 매일 자전하여 낮과 밤을 만들고, 동시에 365일 동안 태양 주위를 공전하며 계절의 변화를 만들어낸다.
우리가 서 있는 이 땅은 지구의 중심축 위, 중력 덕분에 떠다니지 않고 붙어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살 때가 많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어떤 무대 위에 서 있는 걸까?
한국과 호주는 같은 지구에서 정반대의 계절을 살아간다. 한국은 북반구, 호주는 남반구에 있다. 같은 시간 속에서도 서로 다른 계절을 경험한다는 것은, 결국 인생 또한 위치와 관점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한겨울 한국의 1월, 옷을 꽁꽁 싸매던 나는 호주에 도착해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반팔과 반바지만 입어도 땀이 흐르던 38도의 태양은 낯설면서도 인상 깊었다.
우리는 이런 우주의 질서를 체감하기 위해 지방이나 휴양지를 찾는다. 자연 속에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은 본래 자연 속에서 살아온 존재다. 도시는 인공적이고 자극이 많지만, 숲과 바다, 하늘 앞에서는 안정감을 느낀다. 실제로 숲속을 20분만 걸어도 우울감과 분노가 줄고 집중력이 회복된다는 연구가 있다. 별이 가득한 밤하늘은 경이감을 주어 내 고민이 작게 느껴지게 하고, 바닷가의 파도 소리는 반복적 리듬으로 불안을 잠재운다.
자연의 크기와 힘은 인간을 압도한다. 그 앞에서 우리는 심리적으로 경이감(awe)을 느끼며, 자기중심성을 낮추고 속세를 벗어나 삶의 의미를 새롭게 마주하게 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서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말라”라고 말했다. 많은 종교 역시 자연을 신성하게 여긴다. 애니미즘은 나무, 강, 바람에도 영혼이 있다고 믿었고, 샤머니즘은 산·강·하늘과 교감하려 했다.
과학 또한 자연의 불가사의를 해석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했다. 의학은 약초와 동물 관찰에서 비롯되었고, 물리학은 사과가 떨어지는 현상에서 중력의 법칙을 찾으려 했다.
결국 자연은 인간에게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종교·과학·심리의 근원이다.
우리가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힐링이라 말하는 것은, 어쩌면 수천 년을 이어온 본능적인 대답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