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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

2021. 4. 17. - 2021. 4. 18.

by 바람




바람이 몸을 날릴 것처럼 세차게 불어서 수업 후 산책하다가 저녁거리만 얼른 사 들고 피신하듯 집으로 돌아왔다.

Seafood에 들러 요리 하나 사 먹고 싶었는데 가보니 문이 닫혀있었다. 오픈 시간이 매일 저녁 6시 30분부터라고 쓰여 있다.

집 바로 옆이 슈퍼라 좋다. 가까운 골목에 과일채소가게도 있어서 더 좋다.

반값 할인해서 6.45유로인 와인과 치즈, 요거트, 올리브통조림을 샀다. 지난번 사놓은 참치, 양파, 파프리카를 다져서 케첩과 버무리고 치즈 얹은 식빵에 토핑 재료를 올려놓고 오븐에 구웠다.

바게트 빵은 너무 딱딱해서 식빵으로 나만의 Ftira(몰타 전통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오늘 Mdina에 이걸 도시락으로 가져가야겠다.


가방 부피를 줄이려고 얇은 목티 한 장도 안 가져와서 아쉽다.

어제의 돌풍은 아니지만 많이 춥다.

잠도 푹 못 자서(추워서 히터 틀면 시끄럽고 바람느낌만 나서 그냥 끈다..뭔가 이상하다.

히터 노릇을 못한다) 차라리 빨리 아침이 오기를 바랐다. 꿈도 계속 꾼 것 같은데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갑자기 또 융심리학이 떠올라 스위스에서 공부할 수 있을지 검색하다가 나의 지적허영심만 깨닫고 얼른 급포기했다.

누구에게 나를 증명하고 싶은 걸까.

내가 나를 구속하면서 자유를 원하는 게 아이러니다.




엄마 꿈을 꿨다. 나쁜 건 아니고 일상적인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역시 생각이 안 난다. 새벽에 카톡이 계속 울려서 언니들이나 산수일 거라 생각하고 계속 선잠을 잤다.

혹시 엄마께 무슨 일 있나, 코로나 백신은 맞으셨나 걱정하면서도 톡 확인할 힘이 없이 잠들기를 반복했다.

어제 마신 와인이 과했는지 해가 중천에 뜬 것 같을 때 일어났다. 시간을 보니 7시 5분이다.

얼른 언니들 카톡을 보니 엄마 이야기 아니고 그냥 일상적인 내용들이라 한시름 놓았다.


큰 일들을 성취하는 것보다 역시 가족들의 건강과 안위가 우선이다. 나도 빵과 술을 그만 먹어야 하는데 거의 주식이다.

그래도 과일과 채소는 한국에서보다 더 잘 먹으니 다행이다.

어젠 처음으로 희와 페이스톡을 했다.

눈팅만 하다 처음 가본 집 근처 대형 슈퍼마켓이 딱 내 스타일이라 투어를 하고 있는데 희의 페톡이 와서 반가웠다. 지금 내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주니 서로 안심이다. 매번 나 없는 몰타의 풍경사진만 올리니까.

집에 돌아와서 산수와도 페톡을 하며 서로 좋아라 했다. 치킨 배달해 먹은 걸 보여줘서 깨끗하고 좋은 음식 먹으라고 잔소리하니 그 멀리 가서도 밥걱정하냐고 뭐라 한다.

떨어져 있으면 가족의 아침식사가 제일 신경 쓰인다. 다른 건 어차피 함께 있을 때도 각자 생활에 바빴으니까.

산하가 기숙사 생활을 하는 바람에 내가 이렇게 혼자 외국살이 할 기회를 앞당겨 가지게 되어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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