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에 모두를 맡기면
삶은
말을 줄이고
가만히 듣는 쪽으로 기운다.
내가 하려던 말보다
먼저 들리는 침묵의 뜻을
귀로, 몸으로, 마음으로
듣고 나서야
한 걸음을 내딛는다.
크게는 삶과 죽음,
작게는 오늘 한 끼, 한 숨까지도
내가 아닌
하늘이 내려준 선물처럼
감사히 받아들이게 된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삶은
무기력이 아니라
깊은 신뢰다.
뜻은 있고,
방향은 있으나
그 끝을 스스로 정하려 하지 않는다.
고통이 와도
외로움이 와도
그 속에서
도망치지 않고 머문다.
에고의 고뇌와 욕망이
불쑥 얼굴을 들이밀어도
그저 "응, 너도 있구나" 하며
물러서지도, 맞서지도 않는다.
참 나가 정한 삶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고,
조용히 확인하고,
되묻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더 이상 길을 잃지 않는다.
그렇게
참나에 맡기고 사는 삶은
느리지만
가볍고 깊다.
휘둘리지 않고,
지치지 않고,
무너지지 않는다.
결국엔 안다.
내가 가는 길은 내가 만든 길이 아니라,
하늘과 함께 쓴
거룩한 대본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