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에 모두 맡기면...

by 흐르는 물

참나에 모두를 맡기면
삶은
말을 줄이고
가만히 듣는 쪽으로 기운다.

내가 하려던 말보다
먼저 들리는 침묵의 뜻을
귀로, 몸으로, 마음으로
듣고 나서야
한 걸음을 내딛는다.

크게는 삶과 죽음,
작게는 오늘 한 끼, 한 숨까지도
내가 아닌
하늘이 내려준 선물처럼
감사히 받아들이게 된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삶은
무기력이 아니라
깊은 신뢰다.
뜻은 있고,
방향은 있으나
그 끝을 스스로 정하려 하지 않는다.

고통이 와도
외로움이 와도
그 속에서
도망치지 않고 머문다.
에고의 고뇌와 욕망이
불쑥 얼굴을 들이밀어도
그저 "응, 너도 있구나" 하며
물러서지도, 맞서지도 않는다.

참 나가 정한 삶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고,
조용히 확인하고,
되묻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더 이상 길을 잃지 않는다.

그렇게
참나에 맡기고 사는 삶은
느리지만
가볍고 깊다.
휘둘리지 않고,
지치지 않고,
무너지지 않는다.

결국엔 안다.
내가 가는 길은 내가 만든 길이 아니라,
하늘과 함께
거룩한 대본이라는 것을.

매거진의 이전글나를 안다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