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는 왜 따?
수시접수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첫째는 대학 졸업반이지만 편입을 준비하고 있다. 둘째는 이번 수시를 써야 하는데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가 보다.
지금 우리 집엔
편입을 준비하는 자
대입을 준비하는 자
중2병에 지랄병 걸린 자
여성호르몬 나오는 남편
갱년기에 걸린 나
다섯 식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어떻게 보면.
나도 힘든데 왜들 이래~!! 이랬다가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고 생각해 보면 안쓰럽기 그지없다.
어쩔 수 없이 갱년기 걸린 지 안 걸린 지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는 내가 모두를 포용해야 아름답게 끝이 난다.
편입을 준비하는 큰 딸이 운전면허 시험을 느닷이 없이 준비한다고 한 날.
“갑자기 여름 방학 다 끝나가는데 운전면허 학원을 다녀?”
“응, 지수가 같이 다니재”
“그런 시험을 왜 친한 친구랑 같이해. 누구 하나 떨어지면 맘 상할 텐데.”
“열심히 같이 하면 돼. 혼자는 못하겠어.”
그렇게 응원을 해주고 친구와 함께 운전면허를 필기부터 차근차근 배워나가는 모습에 기특했다.
“엄마, 학원비는 걱정하지 마. 내가 아르바이트한 걸로 낼 거야.”
“그럼, 네가 한 번에 붙으면 절반을 엄마가 내줄게. “
“오. 진짜? 그거 좋다.”
“그러니깐 열심히 해서 꼭 절반 받아가.”
“알겠어요”
순한 성격의 큰딸이 예쁘게도 대답한다. 걱정이 없다. 모든 알아서 척척하는 그런 딸이기에 생각만 하면 항상 감동적인 딸이다.
2년 전 재수를 한 후 수시 원서를 쓸 때가 생각이 난다.
한번 실수를 한 터라 잔뜩 위축되어 있던 큰딸에게 수시원서 4년제 6개를 쓰고도 전문대 1개만 써달라고 한건 이 못난 엄마였다.
정시의 3개의 기회가 더 있지만 2년 준비 기간이 힘들고 고단했던 건 이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사정사정해서 집 가까운 곳 전문대에 원서를 하나 썼다.
결과는 4년제는 모두 예비번호 몇 개를 앞두고 탈락하고 엄마가 쓰라고 한 전문대 합격하게 되면서 수시납치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정시 기회는 날아가버린 상태에서 멘붕은 그런 멘붕이 없었다.
그런데도 원망 섞인 말은 한마디 안 하고 엄마가 원한 대학에 과를 2년째 잘 다니고 있다.
더군다나 그렇게 들어간 대학이란 성적이 아주 여유롭게 들어갔는지..
가자마자 장학금을 한 학기에 4가지 이상 받았다.
미안해 내 딸.
그래서 다시 다른 대학에 가고 싶다고 했을 때 적극 지원할 테니 가라고 했다.
빨리 취직하려고 하지 말고 네가 배우고 싶은 걸 더 배우라고 했다.
딸은 보건계열을 원했다. 하지만 지금은 엄마와 아빠가 배우고 잘하는 세무회계학과에 다니고 있다.
엄마 때문에 가게 된 곳인데 자부심이 대단히 갖고 있다는 것에 참 감사하다.
그래서 딸은 편입을 해서 보건계열을 가겠다고 한다.
그런 딸이 운전면허를 필기, 기능 시험에 한 번에 붙어왔다.
하지만 중요한 건 같이 간 친구가 필기, 기능시험에서 모두 떨어져 버렸다.
그 친구도 놀라 얼굴이 새빨개졌다라고 딸이 전해줬지만 놀란 건 우리 딸도 마찬가지다.
왜냐면 갑자기 연락두절 된 친구의 행동 때문이다.
“연락이 안돼?”
“몰라! 말하기 싫어.”
맨날 순딩 순딩하던 딸이 몹시 화가 나 있다.
왠지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아 더 이상 말은 걸지 않았다.
그 뒤로 우리 딸 혼자 운전면허 학원 셔틀을 타고 가야 했다.
도로주행 수업을 3일 더 받고는 시험 보러 가는 날.
“잘 보고와. 알지? 1/2 준다고 한 거? “
“어제도 모의시험에서 94점 받았거든요?”
“오~ 베스트 드라이버?”
딸은 그렇게 시험을 보러 갔고 2시간 뒤에 문자가 왔다.
헬스장에서 다리운동을 너무 했더니 피곤해서 잠깐 소파에 누워있었을 때 딸의 문자는 이랬다.
[신호위반으로 탈락했어요]
나는 아무 말 없이 조금 더 잠을 잤다.
그리고 얼마 후 잠이 깨려고 할 때 딸이 현관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딸 왔어?”
“아니 내가 멈출까 하다가 출발하려고 할 때 갑자기 신호가 바뀌었다고.”
“우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
“뭐요?”
“요즘 코스트코 떡볶이가 아주 핫하데. 얼른 가자!”
그렇게 우리는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코스트코 송도점으로 갔다.
간 김에 고기도 좀 사고, 장을 본 후 푸드코드에 줄을 서서 떡볶이를 샀다.
“그거 알아?”
“뭐요?”
“원래 떡볶이만 주는데 김말이 2개 더 얹어주는 걸로 바뀌었대.”
“꺄오 꿀조합이다.”
그렇게 우리는 줄을 서고 떡볶이를 받았다.
빨간 떡볶이에 하얀 계란과 김말이 튀김 두 개가 아주 사이좋게 있었다.
3,500원에 이런 조합이라니.
뚜껑까지 잘 포장된 떡볶이를 어느 제품보다도 더 소중히 받아 들고 와서 우리는 맛을 봤다.
“달달하니 이런 맛있는 떡볶이를 여기에서 팔다니 재미있다.”
“어때. 맛있어? 매워?”
“살짝 매운데 그래서 더 맛있어요.”
“어때. 기분도 좋아져?”
“기분이요? 도로주행 떨어져서요? “
“응”
“내가 도로주행에 떨어졌지만 친구를 다시 얻었어요.”
“그게 무슨 말이야?”
“연락 안 되던 친구에게 나 도로주행 떨어졌다.라고 문자 보내니 그동안 그 친구는 기능과 필기를 합격해 놨더라고요.”
“그래, 그 친구도 이해해 보면 많이 당황해서 그런 걸 꺼야.”
“맞아요. 이젠 그 친구랑 운전면허에 대해 이야기 못하나 보다 했는데. 다시 재밌게 얘기할 수 있게 됐으니 괜찮아요.”
“이해심도 많은 내 딸.”
우리는 그렇게 떡볶이를 먹고 다시 맥도널드로 가서 아이스아메리카노와 햄버거를 먹는 대식가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딸과의 소중한 시간은 딸이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더 소중해지고 짧아진다는 걸 느낀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 속에서 더 새로운 걸 느낄 땐 이 엄마와 노는 시간도 줄어들 테고 그게 정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오늘 하루도 떡볶이 하나로 깔깔 웃던 시간을 소중히 담아본다.
근데…
근데 딸아, 너가 운전면허 붙어오면 엄마는 돈 다 내줄거야. 걱정말고 잘 붙어오기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