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면 싫어하는 사람도 있나?
당신의 최애 음식은 무엇인가요
다이어트하는 딸을 피해 음식을 만들고 숨기고 안 먹은 척을 해 온 지 6개월이다.
딸은 입시준비로 바쁘지만 다이어트도 해야 하는 아이다.
처음엔 엄마도 다이어트하겠다고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어느새 현타가 왔다.
왜냐하면 딸은 별거 안 해도 잘 빠지는데 엄마라는 사람은 굶어도 안 빠지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점점 나는 다이어트가 아닌 음식을 즐기는 자가 되어버렸다.
“어머 벌써 오후 2시네? “
이젠 혼잣말도 늘어버린 아줌마다.
혼자 집에서 집을 치우던 내가 시계를 보고 한 말이다.
’ 오늘은 진짜 맛있는 걸 먹을 테야 ‘
별것도 아닌 것에 대차게 다짐한다.
나의 최애 음식은 쫄면이다.
고등학교 때 브랜드 가방을 하나 사겠다고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가끔 그 아르바이트 사장님을 생각할 때면 감사한 마음에 잘 지내시길 마음으로 응원한다.
그 사장님은 바쁜와중에도 밥시간만 되면 “우리 알바 메뉴 보고 맛있는 거 말해라 해줄게 “
라고 말씀하셨고 나는 분식집 메뉴판에서 제일 저렴한 떡볶이 1500원짜리를 말했다.
나는 떡볶이를 별로 안 좋아했지만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안돼 우리 알바는 우리 집에서 제일 싼 떡볶이는 절대 안 줄 거야. 대신 이따 집에 갈 때 한 그릇 싸줄게. 다른 거 골라.”
사장님은 이렇게 인심이 좋은 분이셨다. 항상 어린 알바인 나를 예쁘게 대해주셨고 실수를 해도 괜찮아 괜찮아를 반복해 주셨다.
나는 고민하는 척하다가 사장님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사장님 저 쫄면 좋아하는데요 쫄면 해주세요. 그냥 매일 쫄면만 주시면 되어요. “
“에이 비싼 거 밥으로 먹어 우리 알바.”
쫄면은 1800원이었다. 금액을 떠나서 난 쫄면이 좋았고 매번 식사 때마다 이거 저거 메뉴를 바꿔가며 요구하는 당당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리고 사장님이 만들어 주시는 쫄면은 정말 정말 맛있었다.
이십 년이 지나도 이렇게 그리워한다는 걸 아실까?
그 후로 사장님은 쫄면을 아주 맛있게 만들어주셨고 난 아주 맛있게 먹었다.
그래서 그 고마운 사장님이 떠오르게 만드는 이 쫄면은 기가 막힌 레시피가 있다.
사장님께 배워온 그 쫄면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쫄면 레시피
1인분양
오이 또는 양배추 야채 준비하기.
고춧가루 반스푼
고추장 반스푼
참치액 한 스푼
생강가루 반티스푼
참기름 한 스푼
식초 두 스푼
설탕 반 스푼
깨 반스푼
오늘도 난 딸아이가 학교에서 오기 전에 쫄면을 아주 맛있게 만들어 먹었고 흔적도 없이 치웠다.
그런데 개코 우리 딸이 집에 오더니 하는 말..
“새콤하고 달콤한 냄새나 나네?”
“어…어?”
“숨기지 말고 말해봐 엄마, 엄마가 좋아하는 쫄면 먹었지?”
설거지까지 다 해버렸는데 알아차리는 우리 딸은 엄마 맛있는 거 먹었으니 자기는 샐러드 맛있게 먹겠단다.
순간 깜짝 놀랐지만 금세 안정을 찾고는 딸아이 다이어트 음식을 차려주었다.
오늘도 몰래 먹기 실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