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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꿈이었으며 8월의 크리스마스였다. (8)

by Chris

8.


연습 기간 동안 걸을 때마다 절뚝거릴 정도로 왼발 뒤꿈치의 통증이 이어졌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 연습할 때면, 감쪽같이 아픈 느낌이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도파민 때문에 그래.”


엊그제 급하게 조퇴하고 병원에 가서 링겔까지 맞고 온 다니가 웃으면서 자기도 그렇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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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40920_015817758.jpg?type=w1600 링겔 투혼 다니


“크큭,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강하게 할 뿐이야! 뒤졌다 졸공!”


농담처럼 중얼거린 나의 말에 모두가 웃는다.


“리보야! 살에는 감정이 없어!”


몸이 닿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딥을 어려워하는 리더들을 보고 하로가 이야기한다. 우리는 또다시 깔깔깔…. 그 웃음에 조금은 용기를 내어 동작에 집중해 본다. 한참 연습을 하니,


“리더들 계속 연습하니 힘들지 않아?”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쉬지 않고 연습하는 리더들을 보면서 루시가 말한다.


“너희는 나의 성장을 위한 제물들이야. 얼른 연습하자. 나의 제물들이여!”


팔뤄 한 명을 질질 끌고 나와 다시 연습한다. 그 모습에 다들 웃고 나도 웃는다. 웃음 하나에 고통 하나를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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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서 질질 끌려 다니는 제물 1호
제물이 될까 두려워 한쪽 구석에서 떨고 있는 제물 2호
입을 틀어 막고 그걸 지켜보는 제물 3호
그리고 제 4의 벽으로 자취를 감춘 제물 4호

웃어야 한다. 어렵고 힘든 순간에도 웃음을 잃지 말 것.


바쁜 순간에도 마음의 약간의 틈을 만들어 언제든 웃음이 빛처럼 새어 나올 수 있게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집에 돌아와 스스로 물었다. 무언가를 충실히 해내고 또 웃었으니 그걸로 된 거다. 타인의 행복까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아마 그들도 나와 같지 않았을까? 함께한 순간에 그들의 입가로 번지는 웃음소리는 분명 행복한 기분이 들게 하는 웃음이었다. 또 내일은 어떨지 몰라도 오늘만큼은 분명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금요일 자정이 지나고 토요일 새벽 한 시가 넘었다. 안무가 완성된 영상을 보며, 벅차오르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쌤들도 그리고 함께한 사람들도 정말 고마웠다.


“오늘 다들 고생 많았어요! 아직 내일이 있지만, 함께 과정을 만들어갈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즐거움도 보람도, 그리고 실력도 다 얻어가요!”


“쌤들 공연자들 모두 고생하셨구 이따 보아요. ㅠㅠ 쌤들 정말 감사합니다. ㅠㅠ”


“고생하셨어요! 실력 향상중!! 내일도 연습 고고!”


“샘들 감사해욧 낼은 웃으면서 잘 해볼게욥 ㅎㅎ 순서가 잘 외워져서 흑 ㅠㅠ”


새벽 2시가 다 되어 가는데도 다들 잠을 못이루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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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40920_021424332_01.jpg?type=w1600 장난스러운 짤을 올렸지만, 실제로도 모두 다 이런 마음으로 졸공에 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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