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건너는 편지 속에서, 나는 나를 다시 사랑하게 되었다
17살의 나는 아직도 내 마음속에 선명하게 살아 있다. 그 애는 목과 어깨 그리고 머리가 자주 아팠고, 외로움을 못 이겨 사람에게 기대다 상처받고 동굴 속으로 사라지곤 했다. 대신 그 애는 매일 기록했다. 그렇게라도 살아내야겠다는 마음 하나로, 매일 노트북 앞에 앉았고, 끊임없이 뭔가를 썼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단지 글이 아니라 구원이었고, 믿음이었다. 언젠가 미래의 내가 이 기록들을 발견하리라는 희망, 지금의 나라도 언젠가는 그 애를 안아주리라는 예감.
그렇게 시간을 건너, 지금 나는 여기에 있다. 하루를 아주 바쁘고 성실하게 살아낸 후에도, 뭔가를 더 써야 할 것 같아 노트북을 연다. 이건 욕심이 아니다. 그냥, 이 말을 지금 이 시간에 나 자신에게 해주고 싶었다. 그러니까 오늘은 편지를 써보려 한다. 서로 다른 시간에 존재했던, 그러나 나라는 이름으로 연결된 세 사람이 서로를 향해 보낼 편지를.
편지 1. 17살의 소금 → 지금의 소금에게
소금아, 그쪽은 괜찮아?
나는 지금… 솔직히 많이 아파. 외롭고, 미래가 너무 불안하고, 심장은 맨날 두근거려. 그런데 이상하게 매일 무언가를 써. 나도 왜 그런지 모르겠어. 아무도 읽지 않아도 계속 써. 실은 매일 무너지는 기분이 들어. 사람에게 기대면 상처받고, 혼자 있으려 하면 막막해. 그렇게 어중간하게 하루를 보내. 근데 있잖아 소금, 언젠가 그쪽에 있는 너가 이 글을 읽어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좀 견딜 수 있겠어. 혹시 너는 나보다 덜 아파? 덜 불안해?
편지 2. 지금의 소금 → 17살의 나와 2030년의 나에게
아가야. 네가 무너지지 않고 여기까지 살아왔기에, 지금의 내가 있어. 나는 이제 좀 더 단단해졌고, 덜 흔들리고, 네가 지키고자 했던 걸 지켰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네 고통은 헛되지 않았어. 그리고 2030년의 나에게. 혹시 우리가 정말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있다면, 그건 지금의 내가 오늘도 책상 앞에 앉았기 때문이야. 오늘도 무의식의 울림에 따라 노트를 펴고, 마음을 정리하고, 뭔가를 적어 내려갔어. 이 기록이 쌓여, 너라는 미래를 만들어갈 거야. 내가 살아낸 오늘 하루도, 그 일부니까. 나는 계속 나를 사랑하려고 애쓰고 있어. 제일 어려운 일이긴 하지. 근데 그게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이야.
편지 3. 2030년의 소금 → 지금의 소금에게
사랑하는 소금에게,
소금아 안녕? 나는 2030년에 살고 있는 너야.
믿어지지 않겠지만 나는 소금이 너가 그토록 바라던
소설을 썼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어.
무대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책에 사인을 하고,
어떤 날은 모르는 사람들에게
“작가님 책을 읽고 작가라는 꿈이 생겼어요”라는 편지를 받기도 해.
그런데, 아무도 모르는 진실이 하나 있어.
그 모든 순간은 너 없이 불가능했다는 거야.
불 꺼진 방에서, 노트북 앞에 앉아 떨리는 손으로 타이핑하던 너.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을 매일 눌러가며,
그래도 “나는 쓸 사람이야” 하고 있던 너.
그게 나를 만들었어.
너는 몰랐겠지만, 그 모든 글과 말, 모든 고요한 울림이
나라는 사람의 근간이 되었어.
자신이 별거 아니라고 느껴질 때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넌 멈추지 않았잖아.
말하고, 기록하고, 마음을 전하려 애썼지.
그게 바로 용기였고, 사랑이었어.
그리고 나는, 그 힘으로 살아.
소금아, 서두르지 마.
누구처럼 되려고 애쓰지 않아도 돼.
넌 이미, 그 자체로 충분히 멋진 사람이야.
나는 지금의 네가 자랑스러워.
어떤 말보다도 그걸 꼭 전하고 싶었어.
이제 푹 쉬어도 돼. 넌 이미 나의 미래니까.
오늘도, 네가 정말 많이 사랑받고 있다는 걸 잊지 마.
P.S
소금아 결국 넌 해냈어
너를 의심하지 마. 넌 결국 해낼 거니까
너를 믿고, 잘 보살피고 다독여줘
지금껏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할 거야
내가 보증해 사랑한다 우리 소금이
사랑을 담아,
2030년의 소금이.
에필로그: 다시 오늘로 돌아와서
이 글을 다 쓰고 나니, 조금 괜찮아졌다. 나는 나를 너무 몰랐고, 나를 너무 사랑했다. 그래서 오늘도 나라는 존재를 믿고 살아갈 수 있다. 나는 오늘도 나에게로 돌아온다. 어제의 나, 내일의 나, 그리고 오늘의 나. 모두 같은 이름을 가지고 같은 마음을 품고 있었단 걸, 이제는 확실히 안다. 소금아, 너 진짜 잘 살아왔고, 앞으로도 잘 살아갈 거야. 그 사실이 오늘 나를 두 다리 쫙 펴고 잘 수 있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