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끄적이 엄마의 짧은 단상

소소한 일상이 모티브가 된 하루 일기.

by Gin

토토로



퇴근한 토토로와 대화를 참 많이 나눈다.

일상적인 이야기며, 아이들과의 이야기들, 업장에서의 하루처럼 특별하지 않은 일들.

간혹, 세상 일에 관심을 갖기도 하고 각자의 고민거리를 깊이 나누기도 한다.


"공모전도 등단도... 욕심인걸까?"


당신이 글을 쓰던 최종 목적이 뭐였는데?

토토로와의 대화는 이런 것이 좋았다.

고민이 되고, 길을 잃었다싶을 때마다 뼈 때리듯 중요 포인트를 가격해준다.


이런 저런 경험이 쌓여갈수록 흔들리기를 잘 하는 나였기에

토토로의 눈에는 이번도 마찬가지였나보다.


절대 먼저 답 해주는 법이 없었다.

항상 사유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해줬다.


우리의 대화법은 물음표에서 물음표로 이루어졌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사유할 것이 생길때마다 물음표에는 물음표를 던져야 답이 나왔다.

내가 글을 쓰던 최종 목적이 등단이었다면 굳이 보태어 말하지 않으려 했다고 답했다.

자신이 잘못 느끼고 있었다고 생각하려 했단다.


토토로의 눈에 비치던 나라는 사람은,

무엇인가 좋아서 깊이 몰입을 할 수 있을지언정 업이 되고나면 항상 버닝이 빨랐다며

언제고 끄적이는 것이 지독하다 느껴진다면

간신히 찾은 즐거움을 놓치게 될까 안타까웠을 것이라했다.


엄마 사용 설명서를 정말 잘 쓰는 토토로였다.

엄마의 기수가 되어서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질주하는 나를

올바른 길로 리드해주는 훌륭한 기수, 토토로이다.


남은 평생, 앞으로 수십년을 함께 해야 할 사이인데

우리는 나이를 먹어도 서로에게 물음표를 던지면서 살아갈 것 같다.

그러한 삶이 기대 된다면 당신은 피식- 웃고 말려나.


폭주하는 경주마를 어르고 달래서 함께 골인을 할 때의 그 쾌감은 어떤 것일까.

당신과 나의 결승점에는 어떤 모습이 우리를 반기며 서 있을까.


처음 토토로와 함께하기로 했던 날.

그 날, 그 새벽에 우리는 참 많은 생각들을 나누고 물어보았다.

술이 양껏 들어차 알딸딸함으로 속내를 털어 놓았음에도 당신은 그저, 듣고 답하길 망설이지 않았다.

그 모습이 좋았다. 나이 차이를 전혀 느끼지 못한 채 진지하게 답하는 마음이 좋았다.


아마 그때부터였겠지, 나의 고삐를 당신의 손에 홀라당 넘겨버렸던 것은



어리고 볼품없고 미령했던 그날의 나에게 토토로는 발을 맞춰주는 유일한 걸음이었다.

아직도 그날의 선택이 내 인생의 모든 운을 가져다 쓴 것이라 생각했다.


경주 트랙 위에 함께 올라선 우리이지만, 언젠가 이 길고 긴 경주가 끝나고 나면

트랙이 아닌 드넓은 초원과 광활한 대지를 밟아 나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때에는 쉼 없이 내달리지 말고,

나란히 발맞춰 바람을 느끼며, 서로의 발소리를 음미할 수 있기를...

keyword
작가의 이전글초보끄적이 엄마의 짧은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