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끄적이 엄마의 짧은 단상

소소한 일상이 모티브가 된 하루 일기.

by Gin

까미-2



까미는 가로등 빛이 내려 있는 길 위에 앉아 있었다

하얀 가로등 빛 아래 오도카니 앉아 있는 짙은 어둠 속에 반짝이는 보석을 품은 아이였다

밤하늘을 저 홀로 흡수해버린 듯, 등 위에 푸르른 은하수를 덮은 듯

까미는 조용히 앉아 우리를 맞이했다


거리를 두고 까미와 눈을 맞추며 천천히 자세를 낮게 맞추었다

놀라지 않도록 살며시 손을 내밀고서 가까이 다가와 살필 수 있도록 시간을 내어주었다

처음 보는 나와, 곁에 선 반가운 토토로를 번갈아 보던 까미는

서서히 발을 움직여 내민 손에 코를 가져다 대었다


킁- 킁- 냄새를 맡으며 살폈다

주변을 한 바퀴 돌며 탐색하는 모습을 보니, 영리하고 조심성이 많은 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사람에게 많은 상처를 받지는 않아 보여서 내심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안녕, 까미야?


내밀었던 손을 움직여 머리 뒤를 살며시 긁어주었다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위치를 긁어주며 눈을 맞추고 마음을 내어 보였다

다리 사이를 슬며시 파고들며 그릉- 그릉- 기분 좋은 하울링을 들려주는 까미에게 고마웠다

경계를 풀고서 조심스레 스며드는 온기에 아, 우리는 확실히 간택을 받은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가자, 우리."


토토로와 눈을 맞추며 웃어 보였다

토토로도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며 환하게 웃었다

품에 안겨서도 조용히 골- 골- 연주를 하는 까미였다


집으로 데려와 깨끗이 몸 단장을 해 놓은 까미는 영롱한 흑진주 그 자체였다

제 집이라는 것처럼 천천히 공간을 둘러보며 당당하게 걸어 다녔다

그 모습이 귀여워 우리는 풋, 하고 소리 죽여 웃음 지었다

까미는 그 밤, 소파 위에서 몽실한 식빵을 구우며 따스한 겨울의 밤을 만끽했다



"엄마! 우리 집에 고양이가 왔어!"


"안녕? 넌 이름이 뭐니?"


"꺄- 꺄- 옹냥야아아-"


이른 아침, 세 아이의 소란으로 잠에서 깼다

까미는 아이들의 외침에 겁을 먹은 듯, 소파 구석 한 편의 작은 어둠에 몸을 숨겼다

1호와 2호는 신이 나서 방방 뛰다가, 까미와 인사를 하겠다며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눈을 맞추었다

태어난 지 겨우 100일이 안되었던 3호는 자신의 머리맡에 숨은 까미가 궁금했는지

손과 발을 버둥거리며 옹알이를 해대었다


"쉿- 이 아이의 이름은 까미야. 너희가 큰 소리를 내면 무서워서 숨을 테니까 조용히 인사해야 해."



쉬잇-!


아이들은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귀엽게 키득대었고, 3호는 우리의 모습을 똘망똘망 바라보았다

까미는 그렇게 아이들과 인사를 하고는 한동안 숨바꼭질을 하며 세 아이의 애간장을 녹였다

순식간에 우리 집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BTS 못지않은 인기쟁이 동생이 된 까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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