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끝에서 다시 만나는 오래된 질문
“신은 존재할까?”
이 질문은 정말 오래된 주제인데, 신기하게도 지금까지도 사람 마음을 계속 붙잡는 주제이다. 종교에서는 신앙과 계시로 답을 찾고, 과학은 관찰과 논리를 통해 우주를 이해하려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과학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우주의 시작에는 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더 강해진다는 것이다.
20세기 초에 허블이라는 천문학자가 있었다. 우리가 아는 허블 망원경의 이름도 여기서 나온 것이다. 이 사람이 은하들을 관찰하다가 중요한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더 빠르게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우주 전체가 부풀어 오르듯이 계속 팽창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럼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 우주가 커지고 있다면, 예전에는 훨씬 작았겠네?”
그래서 과학자들이 시간을 거꾸로 돌리듯 계산을 해봤더니, 끝내 모든 것이 하나의 작은 점으로 모이게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 작은 점이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빅뱅의 시작점이다. 우주가 약 138억 년 전에 이 작은 점에서 ‘펑’ 하고 시작됐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과학이 모든 걸 설명해 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진짜 흥미로운 질문은 그 다음이다.
우주의 모든 물질과 에너지, 우리가 아는 모든 것들이 그 작은 한 점 안에 다 들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물리학의 기본 원리는, 물질이나 에너지가 ‘갑자기 툭!’ 하고 생겨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 원인도 없이 결과가 생길 수는 없다는 말이다.
그럼 그 작은 한 점은 어디서 온 걸까?
뭐가 그 점에 그렇게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넣어준 걸까?
무엇이 “우주야 시작해라!” 하고 버튼을 눌렀을까?
여기서 과학은 잠시 멈춰 선다.
우주의 ‘어떻게’는 설명이 되지만, 그 ‘왜’와 ‘처음’은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과학자나 철학자들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
“우주의 시작에는 어떤 근원적인 힘, 최초의 원인이 있는 것 같다.”
이건 꼭 종교적인 신을 말하는 게 아니라, 그냥 논리적으로 보더라도 무에서 갑자기 우주가 ‘툭’ 하고 생겼다는 설명이 더 비합리적이라는 뜻이다.
결국 빅뱅 이론은 신의 존재를 반박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주의 문을 처음 연 어떤 존재나 힘이 있었을 수 있다”는 생각을 더 현실적으로 만든다.
과학이 발달할수록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대신,
우주가 스스로 생겨났다는 주장보다 어떤 지적인 근원이나 최초의 원인이 있었다는 가능성이 더 설득력 있어지는 셈이다.
우주가 어떻게 시작됐는지를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으로 돌아오게 된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모든 것이 시작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지만,
과학이 보여주는 우주의 모습은 오히려 그 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우주가 너무 정교하고, 너무 특별하고, 너무 절묘해서
그냥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해 보인다.
그렇다고 “신은 반드시 있다!”라고 단정할 수도 없지만,
적어도 “신이 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과학을 알면 알수록 더 강해진다는 점이 흥미로운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