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준비했지만 끝내 그 길 위에 서지 못한 사람
세례 요한의 강직함과 사명
세례 요한은 이스라엘 역사에서 누구보다 강직한 선지자였다. 요단강 가에서 회개의 세례를 선포하며, 종교 권력자인 바리새인과 사두개인들에게 “독사의 자식들아”라고 꾸짖는 데 주저함이 없었고, 갈릴리 분봉왕 헤롯 안디바의 불륜까지 공개적으로 폭로했다. 그 강직함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지만 동시에 많은 권력자들의 반감을 샀고, 결국 그는 감옥에 갇히는 운명을 맞이한다. 그러나 그의 사명은 분명했다. 메시아가 나타날 길을 준비하는 것, 그리고 그를 백성들에게 소개하는 것이었다.
메시아를 만났지만 따르지 않았다
요한은 요단강에서 세례를 주던 어느 날, 하늘이 열리고 성령이 비둘기처럼 내려오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외쳤다.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이로다.” 그 말은 메시아를 만났다는 선언이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순간 이후에도 요한은 예수를 따르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제자였던 안드레가 그 말을 듣고 즉시 예수를 따라 나섰다. 안드레는 시몬 베드로의 동생이었고, 원래는 세례 요한의 제자였지만, 메시아를 발견하자 주저하지 않고 스승을 바꾸었다.
이후 예수와 그의 제자들이 요단강 건너편에서 세례를 주기 시작했을 때, 요한의 제자들은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보고했다. “랍비여, 전에 당신이 증언하신 이가 세례를 주고 있으며, 사람들이 다 그에게로 갑니다.” 요한은 “그는 흥하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라고 답했지만, 실제로는 예수의 무리 속으로 들어가 함께 사역하지는 않았다. 두 사람은 점점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고, 이는 단순한 사역 구역의 분리가 아니라, 방향 자체가 달라지고 있음을 의미했다.
엘리야임을 부정하다
어느 날, 유대 종교 권력자들이 요한을 찾아와 물었다. “당신이 엘리야냐?” 엘리야는 말라기서에서 예언된, 메시아가 오기 전에 먼저 나타나 주의 길을 예비하는 선지자였다. 예수는 제자들에게 “오리라 한 엘리야가 곧 요한”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그러나 정작 요한은 “나는 엘리야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는 단순한 겸손이 아니라, 예수의 메시아됨을 우회적으로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만일 요한이 그 자리에서 “그렇다, 나는 엘리야다”라고 말했다면, 예수는 메시아로서 공개적인 정당성을 얻게 되었을 것이고, 요한을 따르던 수많은 무리가 곧바로 예수에게로 향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예수의 사역은 시작부터 탄탄대로를 걸었을 것이다. 하지만 요한은 그 기회를 스스로 끊어버렸다.
감옥에서 드러난 의심
감옥에 갇힌 뒤, 요한은 제자들을 예수에게 보내 이렇게 물었다. “당신이 오실 그이십니까, 아니면 우리가 다른 이를 기다려야 합니까?”(마태복음 11:3) 이 질문은 곧, 여전히 예수가 메시아인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고백이었다.
예수는 기적과 복음 전파를 증거로 답했다. 그러나 제자들이 떠난 뒤, 예수는 무리에게 요한을 향한 뼈 있는 말을 남겼다.
“너희가 광야에 나가서 본 것이 무엇이냐?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냐? 부드러운 옷을 입은 사람이냐?”
이는 요한이 흔들리지 않는 선지자임을 인정하면서도, 지금은 의심으로 흔들리고 있음을 지적한 말이었다.
예수는 그를 “선지자보다 큰 자”라 칭했지만, 마지막에 이렇게 덧붙였다.
“여자가 낳은 자 중에 요한보다 큰 이가 없지만, 천국에서는 극히 작은 자라도 그보다 크다.”
끝내 길 위에 서지 못한 사람
왜 요한은 끝내 예수를 메시아로 받아들이지 못했을까?
첫째, 출생에 대한 편견이었다. 유대 사회에서 사생아는 가장 낮은 신분에 속했으며, 종교적 지도자로 인정받을 수 없었다. 예수의 출생에 얽힌 소문을 들었을 때, 왕의 불륜까지도 참지못하는 강직한 요한에게는 예수가 메시아라는 사실이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둘째, 질투와 두려움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제자와 무리가 예수에게로 옮겨가는 것을 보면서, 자신의 위치가 위태로워지는 불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요한이 체포된던 날 예수는 유대 지역에 머물고 있었다. 만일 예수를 따라 유대 지역으로 갔다면, 갈릴리만 통치권이 있는 안디바가 요한을 체포할 명분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예수를 따르지 않았고, 결국 죽음으로 끝나는 길을 걸었다.
예수는 요한을 가리켜 “여자가 낳은 자 중에 그보다 큰 이가 없다”고 하면서도, “천국에서는 극히 작은 자라도 그보다 크다”(마태복음 11:11)고 말했다.
그는 위대한 사역을 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메시아의 길에 서지 못했다. 길을 준비했으나, 그 길 위에 서지 못한 사람, 엘리야로 왔으나 엘리야임을 스스로 부정한 사람, 그것이 세례 요한의 최종적인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