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by 겨울

어릴 때는 쌀 귀한 줄 몰랐다. 없는 형편이었어도 정부에서 쌀은 꼬박 챙겨줬었다. '정부미'라고 했던가. 먹고 싶은 밥 왕창 먹으며 살아왔다. 배고픈 줄은 모르고 살아왔단 말이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고향이 싫어 고모 댁에 얹혀살게 됐다. 생활비 한 푼 보태지 못하는 밥만 축내는 나는 그런 조카였다.


인천 집도 떠나 산지 언 4개월. 그간 3개월은 나를 받아주는 친구가 있어 그 집에서 배고프면 밥해 먹고 살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 집마저 떠나서 살고 있는 '나 혼자 사는 사람'이 되었다.


한 달에 얼마 벌지도 못하는 돈으로 적금하랴 통신비 내랴 보험비 내랴 교통비며 집세며 남는 게 없다. 손가락 빠는 수준은 아니지만 절약해야만 살 수 있는 거다. 그런 오늘 식비를 아끼기 위해 장을 보러 갔다. 쌀을 살까 하며 가격을 봤더니 20kg 짜리 쌀 포대가 4만 원 돈이라니. 나는 속으로 한숨을 푹 쉬며 '쌀값이 저렇게 비쌌나?' 생각한다. 그리고는 대체재로 바나나와 야채, 약간의 간식과 생필품을 사고서 마트를 나선다.


미안한 마음에 고모한테 날린 메시지


"고모 쌀값이 왜 이렇게 비싸?"


고모는 내 심장에 비수라도 꽂듯 말한다.


"너가 뭘 알겠어"


맞다. 나는 쌀값도 모르는 그런 멍청한 조카다. 시급 오르는 건 알았어도 쌀값마저 이렇게 오른 줄은 몰랐다. 나와 살아보니 엄마가 차려줬던 푸짐한 밥상도 고모가 앉혀놓고 갔던 그 밥도 참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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