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꺾 마 ! - 세르주 블로크展

세르주 블로크처럼 “거침없는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면

by 요안

KISS가 전시 타이틀이란 말을 듣고 혼자 상상에 빠진다.


‘입술만 잔뜩 그린 작품전이려나, 키스 잘하는 법에 대한 내용이려나, 작가 본인의 뽀뽀담이려나.’ 전시장으로 향하는 언덕길을 오르며 생각이 뻗어진다. ‘내 마지막 키스가 언제였더라, 그 남자는 잘 살고 있으려나, 입술을 음식 먹는 용도로만 쓰고 있다니 참.’


전시장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건전하고 귀여운 그림들이 나를 반긴다.


얼핏 보면 낙서 같은 선들이 곳곳에 있다. 선마다 개성이 있고 유쾌하다. ‘이 선들의 주인은 누굴까?’ 그제야 작가 소개를 읽어본다. “나는 유머를 사랑하는 휴머니스트!” 그의 소개글이 인상적이다.


회색.jpg 그의 소개를 보면 '풉!' 웃음이 나온다


그는 정육사인 아버지와 간호사인 어머니를 둔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독일과 프랑스가 영토 분쟁을 반복했던 지역인 알자스에서 나고 자랐는데 한국 전쟁 이후의 한반도 상황과 비슷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유머러스한 아버지를 닮아서인지, 독서하는 어머니를 따라서인지, 그의 유쾌함에는 뿌리가 있다.


가족 섹션.jpg 가족 섹션


그의 뿌리 깊은 실선은 고된 노동의 산물이기도 하다.


그림을 직업으로 삼기까지 그는 공사장, 목공소, 공장 생산 라인, 도로 보수 업체 등 각종 육체노동을 하면서 진로를 고민했다고 한다.


오늘날, 간결한 선으로 거침없이 상업 일러스트레이션, 그림책, 조형물 등 각 영역을 넘나들기까지 그는 부대끼고 인내하고 도전하는 시간들을 거쳐왔다. 역시 그냥 얻어지는 것은 없다.


Time-bloch.jpg 타임지에 삽화 한 면만 그리기도 어려운데 메인이라니!
에르메스 모음.jpg 에르메스와의 협업
그림책 모음.jpg 그림책 모음
20231118_141729.jpg 그림자마저 사랑스러운 조형물


이윽고 Fine Art 섹션 어딘가에 그의 질문 리스트가 보인다. 그의 작업을 이끌어주는 질문들.


질문 리스트.jpg 아티스트가 아니어도 적용할 수 있는 질문들


나는 그의 어떤 작품들보다도 위 리스트에 매료된다.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그는 계속해서 CREATE 할 수 있을 테니까. 질문이 사라지는 순간 성장이 멈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리스트야말로 본 전시에서 가장 비싼 작품이 아닐까. I’ll buy it.


그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Everybody is creative, not only artists. I think that creativity is everywhere. Every tool one can use has its own logic and specific uses. Whether one uses a nib, a brush, bamboo, or a computer, the point is to utilize each tool’s specific strengths. (예술가뿐만 아니라 누구나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창조성은 어디에나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도구에는 그 나름의 논리와 구체적인 쓰임이 있습니다. 펜촉이든, 붓이든 대나무 혹은 컴퓨터라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각자의 도구가 가지는 구체적인 장점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 Serge Bloch


꼭 도구가 있어야 창조할 수 있을까. 나 자신이 도구가 될 수는 없을까. 나라는 그리고 너라는 인간도 나름의 논리와 구체적인 쓰임이 있을 터인데. 각자 자신의 구체적인 장점을 자신의 자리에서 사용한다면, 우리야말로 “거침없는 크리에이터(The Unstoppable Creator)”가 아닐까.


그는 우리에게 말한다. 작은 용기를 낳아보라고.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중꺾마.jpg 원어 "나는 (키가) 작지만 소신이 있어요."
소신.png "중 꺾 마!"


너와 나의 작은 용기에 축복의 KISS를 보내며,


끝.png

끝X 끈.




*아트인사이트에서도 위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67590


작가의 이전글당신은 어떤 뮤지컬인가요 - 디스 이즈 어 뮤지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