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혹시...가 없었던 불혹 그리고 어느 여름 나는

by 조아로운

더는 혹시...가 없었던 불혹 그리고 어느 여름 나는 결심했다

중동의 허브 공항이라고도 할 수 있는 카타르 도하 공항이 셧다운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갑자기 스페인 여행을 갔던 2017년이 생각났다. 마흔을 앞두고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린 것도 직장에서 이렇다 할 직장도 없었기에 헛헛한 마음과 여행다운 여행을 가보고자 하는 마음에 선택한 결과였다. 글을 쓰면서 과거에 찍은 사진을 보는데 그때는 마음에 들지 않았던 내 모습이 왜 이렇게 예쁘고 앳되보이는지...

하마드 공항의 즐거운 순간.png by 챗gpt


사실 이 때 많이 지쳐있었다. 성당을 다니고 봉사활동을 했지만, 계속해서 낮은 자세로 봉사를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깨달았고 정말 하고 싶은 프로그램에서 일했지만, 사내 정치에 휘말린 동시에 부족했던 내 자신 때문인지 결국 하고 싶었던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는 일이 있었다. 마냥 놀고 새로운 기회를 기다리기 지쳐 시작하게 된 프로그램은 시간적인 여유가 많았고 1주일 간의 여름 휴가가 있어 이때다 싶어 스페인 여행을 다녀오게 됐다.


여러 변화가 많았던 시기였다. 이사도 갔고 이직도 한 셈이었다. 시차 변화가 있지만 쉬지도 못한 채 바로 출근도 해야 해서 부담스러운 일정들이 이어졌지만, 결심했다.


밤 9시에 공항으로 가 카타르 도하행 비행기에 올랐다. 도하까지 가는 비행기는 이코노미였지만, 널널해서 3인 좌석을 전부 내 차지로 쓸 수 있어 푹 잤다. 전날부터 비가 왔지만, 난생 처음 외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무척이나 들떠 있었다. 패키지 여행이라 인천 공항에 도착한 뒤 가이드를 만났고 수속을 밟았다. 밤에 간 공항은 비교적 여유가 있었다. 면세점 쇼핑에도 들떠 있었지만, 너무나 늦은 시간이었는지 문을 연 곳이라곤 선글라스 매장 밖에 없어 여행에서 사용할 선글라스를 하나 사고 쇼핑은 끝났다.



IMG_3673.JPG 설레는 공항에서의 풍경


비행기 안에서 스페인에 관한 책 한 권을 읽었다. 스페인에서의 여행은 오랫동안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다가와 줬다.

IMG_3676.JPG 스페인 여행을 위해 준비한 한 권의 책

난 결혼해서 나만의 가정을 만들고 싶었다. 30대 때 많은 남자들과 만나봤지만, 이 사람이다 싶은 사람은 만나지 못했다. 눈이 높냐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결혼이라는 건 정말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내가 싫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이런 경우가 많았다. 물론 그럼에도 요건을 갖춘 사람이 나타나면 결혼한다고 하지만, 내게는 그런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결혼에 관한 그 어떤 조언도 내게는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그런 모든 스트레스를 뒤로 하고 떠나려는 여행이었다.

나의 스페인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image.png by 챗gpt 왜 남자를 그려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하려는 이야기와 분위기가 묘하게 맞는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