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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통해 '나'를 찾는 3가지 방법

by 책봄

'나는 누구인가?'


원래 이 질문은 사춘기의 통과의례같은 질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세대를 불문하고 '나'에 대해 질문하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MBTI의 유행은 나를 제대로 이해하고자 하는 바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해되지 않던 나의 모습이 16가지 유형 안에서 설명되는 듯한 착각에 빠졌죠. 하지만 틀 안에 나를 가두기에는 나란 존재는 너무 다채롭고 때에 따라 전혀 다른 자아가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대한 정답이 있기는 있는 걸까요? 누군가는 족집게 점쟁이를 만나 나의 운명을 점쳐보고, 고가의 심리검사나 상담을 통해 나를 탐구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챗GPT에게 나에 대해 묻기도 하더라고요.


하지만 나는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압니다. 아무리 솔직한 사람이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적당히 꾸며진 사회화된 나의 모습이 나오기 마련이니까요. 때문에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질문거리를 던져주는 것이 바로 '독서'입니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없습니다. 우리가 책을 고르는 순간부터 이미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나만의 취향이 들어납니다. 독서모임이지만 책은 읽지 않는 모임이 있습니다. 이들은 책을 읽는 대신 책을 고르는 일에 집중합니다. 만나면 제비뽑기를 통해 철학, 과학, 문학, 예술 등 분야를 고릅니다. 참여자는 자신이 뽑은 코너에 가서 책을 고릅니다. 만약 내가 과학에 대해 전혀 모른다 하더라도 과학을 뽑았다면 일단 책을 골라야 합니다. 이렇게 책을 고른 후 다시 모여 그 책을 선택한 이유를 발표합니다. 그럼 이 때, '나'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옵니다. 단순히 제목에 있는 특정 단어에 눈길이 갔거나 책표지가 내가 좋아하는 색깔이었을 수도 있고, 매체를 통해 저자를 본 적 있거나 일러스트가 마음에 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이유가 곧 내 취향의 일부를 설명해줍니다.


서점에 가면 베스트셀러 코너를 가장 먼저 보시나요? 매대에 진열되어 있는 책만 훑어보지는 않으신가요? 다음번에는 베스트셀러나 홍보를 위해 진열된 매대를 지나 좀 더 깊이 들어가보세요. 책장에 꽂힌 무수한 책들을 살펴보며 지금 내 눈에 들어오는 책들을 모아보세요. 그 속에서 지금 나의 관심사와 취향을 발견할 수 있을겁니다.


KakaoTalk_20250912_125853400.jpg 내가 수집한 문장들이 나를 설명해줍니다.


책을 읽기 시작했다면 이번에는 등장인물 중 가장 공감되는 인물 혹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인물을 골라보세요. 볼 때마다 화가 나는 인물이 있다면 마음껏 욕하고 화를 내세요. 소설 속 인물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으니 내가 마음껏 미워하고 저주해도 누구도 해를 입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나의 감정을 건드리는 인물에 대해 그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보세요. 내 주변사람을 닮았을 수도 있고, 나의 단점을 닮았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특정 인물에 집중할 때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통해서도 나에 대해 알 수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투사'라고 부릅니다. 무의식적으로 숨겨져 있던 자신의 감정이나 욕구를 타인을 통해 나타내는 것이죠. 소설이라는 안전한 환경에서 평소 잊고 있던 무의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럼 잠시 책을 덮고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세요.


'00의 어떤 점이 나를 화나게 하는가?'

'00을 보며 떠오르는 인물이 있는가?'

'내가 00을 만나면 뭐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은가?'

'내가 00이라면 어떻게 행동할까?'


이런 질문에 답하다보면 숨겨져 있던 내면의 감정을 토해낼 수 있습니다. 가능하면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정을 머릿 속으로만 간직하지 말고 글로 적거나 말로 표현해보세요. 실타래처럼 얽혀 있던 감정과 생각이 정리되면 현실에서 비슷한 상황을 만나도 좀 더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 기회가 된다면 같은 책을 읽고 다른 사람의 감정과 비교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는 감정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위한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감정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내가 느끼는 감정의 강도를 파악해볼 수 있습니다. 또 다양한 시각을 통해 다르게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니까요. 만약 타인과의 비교가 부담스럽다면 나의 감정을 기록해두었다가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펼쳐보세요.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같은 책이라도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르게 읽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으며 나를 멈추게 하는 문장에 밑줄을 그어보세요. 책을 읽으며 나의 감정을 건드린 문장이 있다면 밑줄을 긋고, 떠오른 생각을 적어두고, 마음에 드는 문장을 필사해봅니다. 나에게만 유독 눈에 띄는 문장이 있다면 그 문장이 '나'를 반영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을 주의해야 합니다. 문장을 찾기 위한 독서는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몰입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멈추는 문장이 있습니다. 그럼 그 때 표시해두었다가 그 문장이 왜 내게 의미가 있는지를 생각해보고 간단히 이유를 적어놓는 것이 좋습니다.


한 두 권의 책으로 완전히 '나'를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그 해답은 평생 풀리지 않는 숙제일수도 있지요. 하지만 끊임없이 사유하고 생각하는 사람만이 진리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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