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구독자의 자존심 지키기 프로젝트
취업과 이직을 준비했던 지난 2년여 간, 문과 직무 특성상 한 분야를 깊게 파기보단 그때그때 이슈를 넓게 훑어야 할 일이 많았다. 특히 트럼프의 당선 이후 현재 근무 중인 자동차 기업과 아쉽게 최종 면접에서 떨어진 정유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 시시각각 바뀌는 바람에 대응하느라 외신을 많이 찾아봤다. 그러다 느낀 점이 두 가지가 있었다.
1. 확실히 국내 기사보다 외신의 퀄리티가 높다. 석사 논문을 쓰면서 외신의 퀄리티가 높다는 문제 의식을 가진 논문을 많이 읽었지만, 실제로 외신 기사를 접할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는데, 정말 "받아쓰기 저널리즘" 이상을 보여주는 기사들이 많아 흥미로웠다.
2. 블룸버그, 로이터, FT, 뉴욕타임즈 등 다양한 외신 중 하나를 구독하고 싶어졌다. 모두 다 양질의 저널리즘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했다. 하지만 문장력, 인사이트, 재미, 중립성 등 모든 면을 고려했을 때 나와 가장 잘 맞는 신문사는 이코노미스트라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매월 읽을 수 있는 기사 수가 정해져있었다. 취업 준비용으로만 기사를 읽는 것이 점점 아쉬워졌고, 결국 정기 구독까지 해버렸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높은 확률로 이 구독료는 이코노미스트에게 주는 기부금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이번 주는 좀 바빴으니까...”라는 변명이 쌓일 것이 분명했다. 읽더라도 읽는 순간에만 흥미롭게 느끼고 곧 내용을 까먹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시작한다. 읽었으면 남기자.
오늘부터 매주 이코노미스트 기사 중 가장 흥미로웠던 한 편을 골라 요약하고, 그 안에서 내가 흥미롭게 느낀 포인트를 끄집어내 본다. 그리고 그에 대한 내 생각이나 관점을 덧붙인다.
딱딱하게 분석하는 글은 아니다. 그렇다고 일기처럼 감상만 적는 것도 아니다. 말하자면 “이 글, 이 포인트, 난 이렇게 생각했다” 정도의 가벼운 기록이자 대화의 시작이다. 분야도 크게 신경 안쓰고, 주간 가장 핫했던 이슈를 보는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내가 가장 재미있게 읽은 글을 공유할 예정이다. 같은 글을 읽고 전혀 다른 의견을 가질 수도 있으니, 댓글로 찬반도, 다른 관점도 환영이다.
이 시리즈는 그렇게, 구독료의 효용을 높이기 위해 시작됐고, 나름의 지적 허세를 채우기 위해서도 계속될 예정이다. 나의 지적 허세의 지속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 시리즈를 읽고 좋아해줬으면 좋겠다.